[Biz books]역사적 전투속에서 건진 뻔하지 않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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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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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임용한 지음/288쪽·1만4000원·교보문고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가장 많이 인용되는 고전 가운데 하나가 ‘손자병법’이다. 한국에 군인이 많아서일까. 아니다. 사실 손자병법의 애독자는 경영자, 경쟁에서의 승리와 자기개발에 목말라 있는 직장인들이다.

경영현장, 삶의 현장 자체가 총성 없는 전쟁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우리 삶이 너무 각박하고 고단하게 느껴진다. 사실 이 표현은 잘못됐다. 경영이 전쟁이 아니고, 전쟁이 경영이다. 그래서 군사학과 마케팅은 개념과 용어를 공유하고, 전쟁사는 경영의 지혜, 자기개발, 인생설계와 성찰에 귀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그러나 막상 전쟁사를 통해 지식의 포만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전투 현장의 리포트는 생생하지만 너무 낯설거나 방만하다. 이야기를 압축하고 정제된 교훈을 뽑아내면 너무 뻔하거나 듣기 좋은 이야기로 정리된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같다.

“병사들이 하나로 단합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의문이 꼬리를 문다. 어떻게 해야 하나로 단합할 수 있을까. 상대편은 왜 단합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정말로 하나로 단합하면 창과 칼로 무장한 군대가 탱크부대를 물리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역사 속의 전쟁’이라는 주제를 천착해 온 저자가 지난 3년간 경영전문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에 연재하고 삼성경제연구소 CEO 포럼(SERI CEO)에서 강연했던 글 가운데 25편을 추려 새로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의 미덕은 뻔한 결론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교훈을 미리 설정해 놓고 전투의 교훈을 거기에다 끌어 맞추는 얄팍한 수법도 없다. 세상을 바꾼 동서양의 중요한 전투들을 전투 그 자체로 분석하고 교훈을 찾는다.

스팍테리아 전투에서 무적을 자랑하던 스파르타군이 아테네군에 패했다. 보통은 경보병을 이용해 둔한 중장보병의 약점을 공략한 것이 승리의 요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의 의견은 다르다. 그리스인들은 중장보병의 약점을 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점을 보완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은 중장보병 중심의 전술체제가 자신들의 신분적 특권과 기득권을 보호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한 번의 작은 승리를 위해 신분적 특권을 포기할 수 없다. 이것이 그리스인의 진심이었고,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이 좁은 생각 때문에 파멸했다. 2000년 전의 이 교훈을 보면 현재의 그리스 사태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리스인들이 아직까지 스팍테리아 전투의 진정한 교훈을 배우지 못한 때문일까.

저자는 정통 역사학자이면서 전쟁과 군사학에 대해 직업군인 못지않은 해박하고 날카로운 식견을 지녔다. 그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전쟁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참신하고 통찰력 넘치는 역사의 일화와 교훈을 엿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경영과 자기개발, 또는 인생의 지침서로서도 유익하다.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인 ‘인문학적 통찰력’이라는 관점에서도 흥미를 끈다.

여현덕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책의 향기#비즈 북스#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 전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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