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토건족’ 비하,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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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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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부 언론과 야당 의원들은 건설업체를 ‘토건족(土建族)’이라고 쓰고, 부른다. 말 속에 숨은 의미는 몹시 부정적이다. 구시대의 유물, 또는 척결해야 할 사회비리로 여길 정도다. 이들은 정부가 내놓는 각종 부동산 관련 대책에 무조건 ‘토건족 배불리기’라는 낙인을 찍는다. 이 가운데에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이 포함돼 있지만 막무가내다. 심지어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도 토건족을 위한 것이라고 매도한다.

이렇듯 일부 언론과 야당 의원들이 합리적인 논거나 사실 정황은 무시한 채 건설업을 토건업, 건설업체를 토건족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운 것이다. 이들은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까지 요구한다. ‘구시대적 SOC 투자에 집중하지 말고, 복지 정책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이 복지의 원천이자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SOC 투자는 계속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 이사장은 이달 9일 열린 대한토목학회 창립 60주년 기념 정책토론회에서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해 “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10.7)와 고용유발계수(10.3)가 전체 산업 평균(8.2, 5.8·2007년 기준)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언론과 야당 의원들의 이미지 조작에 건설업 종사자들의 자존감이 크게 상처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건설업은 ‘어렵고 더럽고 힘들다’는 3D 업종의 대표선수처럼 여겨진다. 게다가 금융위기를 겪으며 건설업계는 벼랑 끝에 몰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금융위기 이후 일감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2008년 수주물량이 120조 원에서 지난해 103조 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올해는 더욱 줄어들 게 확실시되고 있다. 수입이 줄어들면서 당연한 결과로 경영 상태는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6월 말 현재 상장 건설업체 104개사의 상반기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상업체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낼 수 없는 열악한 수준이었고, 30%는 적자를 기록했다.

황재성 경제부 차장
황재성 경제부 차장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퇴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국내건설업면허 1호, 올해 시공능력평가 40위인 ‘임광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사들 주식이 급락하는 등 건설업계 전체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또 임광토건을 포함해 삼부토건(32위) 남광토건(39위) 동일토건(68위) 등 시공능력평가순위 100위권 안에 있는 토건이라는 사명을 쓰는 업체 4곳이 모두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업계에서는 ‘일부 언론과 야당 의원들이 만들어낸 토건의 저주에 이들이 걸려든 것 같다’라는 푸념마저 나오고 있다. 한동안 국내 언론에 ‘비리 백화점’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춤해졌다. 백화점업계의 이미지를 고려해서다. 일부 언론만이라도 이제는 이런 정도의 배려는 고민하길 바란다.

황재성 경제부 차장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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