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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 리더십]역대정권 空約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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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 리더십]역대정권 空約 사례

동아일보입력 2011-04-14 03:00수정 2011-04-14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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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권 쌀 개방 후폭풍에 국정 장악력 급속 약화
노무현 정권 “재미 좀 봤다”던 행정수도, 사회혼란 불러
역대 정권에서도 핵심 대선공약은 빈번히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공약 불이행은 정권 차원의 리더십 약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공약파기→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 하락→사회적 혼란 등 국정 환경 악화→국정운영 동력 상실→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가속화라는 연쇄작용이 정권마다 되풀이된 셈이다.

한국 헌정사에서 공약 파기가 본격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노태우 정부 들어서다. 민주화 직후 치러진 1987년 대선에서 당시 노태우 민정당 후보는 ‘대통령 임기 중 국민에게 신임을 다시 묻겠다’며 중간평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힘입어 야권 단일화에 실패한 김영삼 김대중 후보를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의회권력이 여소야대로 재편되자 1989년 3월 5공 비리와 5·18민주화운동 문제 처리 등을 조건으로 야당과의 비밀합의를 통해 중간평가 공약을 파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후 5공 청문회와 여권 내 균열로 국정 주도권을 서서히 상실했고 결국 ‘물태우’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쌀시장 개방 절대불가’ 공약으로 농촌 표심을 공략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WR) 협상 결과 쌀 시장을 개방해 공약을 파기했다. 성난 농심을 달래기 위해 황인성 당시 국무총리를 사퇴시켜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공직자 재산공개, 하나회 척결 등의 문민개혁 조치를 잇달아 발표했지만 그해 말 쌀 시장 개방 불가 약속 파기는 서슬 퍼렇던 국정장악력을 약화시키는 단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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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대표적인 공약 파기로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JP)와 합의했던 내각제 개헌 철회가 꼽힌다. 내각제 개헌 약속은 대선공약이자 김대중 정부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의 핵심 연결고리였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개헌에 대한 국민의 낮은 관심 등을 이유로 1999년 7월 내각제 개헌을 철회했다. DJP 연합도 휘청거렸다. 이후 자민련이 2000년 총선에서 교섭단체구성에 실패해 김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초유의 ‘의원 꿔주기’까지 감행하며 DJP 연합은 겨우 복원되는 듯했다. 그러나 2001년 9월 DJ의 핵심 측근인 임동원 당시 통일부 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 통과에 자민련이 결정적으로 가세하면서 DJP 공동정부는 결국 파경을 맞게 됐다.

정권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공약의 파기가 국정운영의 정치적 기반을 무너뜨린 뒤, 김 전 대통령은 잇따라 불거진 아들 비리 의혹으로 조기 레임덕에 빠지게 됐다. 대선공약으로 내건 ‘농가부채 탕감’도 불발로 그치면서 2000년 전국적인 농민시위를 촉발하게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空約)은 행정수도 이전이 꼽힌다. 본인 스스로 “재미 좀 봤다”고 인정한 행정수도 이전은 경제적 타당성에 기반했다기보다는 선거 아이디어 차원에서 내놓은 공약이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노무현 정부 국정철학의 상징처럼 추진됐던 행정수도 이전은 2005년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리면서 극도의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 채 이행되지 못했다.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변형 추진된 이 공약은 이명박 정부로까지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미 백지화하기로 한 동남권 신공항 외에도 ‘MB 노믹스’의 핵심 공약을 여러 이유로 지키지 못했거나 그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선공약의 상징처럼 돼 있던 한반도 대운하는 이미 임기 첫 해 포기했고, 공기업 민영화도 이미 물 건너갔다는 평이다. 야당과 좌파단체들뿐만 아니라 보수정부의 기반지역이라는 영남권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기대감만 잔뜩 높여놓았던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끝난 데 따른 배신감 허탈감과 무관치 않다.

이 대통령은 대운하 사업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공기업 민영화로 60조 원의 재원을 마련해 경제성장률 7% 달성, 일자리 300만 개 창출을 추진하려 했으나 전제 조건이 무너지면서 이 역시 허무한 공약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무책임한 공약 남발과 공약 파기라는 악순환은 결국 정권 차원의 리더십을 뒤흔드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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