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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강국이 앓고 있다/전문가 인터뷰]日 원로 재정학자 이시 히로미쓰 방송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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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강국이 앓고 있다/전문가 인터뷰]日 원로 재정학자 이시 히로미쓰 방송대 학장

동아일보입력 2011-03-05 03:00수정 2011-03-2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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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무상복지 큰일날 소리 ‘빚더미’ 日전철 밟게 될 것”
이시 히로미쓰 방송대 학장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빚더미 재정을 뒷감당하는 몫은 고스란히 아들딸 손자 세대로 넘어간다. 복지에는 공짜가 없다”고 강조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일본의 국가재정이 위태롭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가채무 잔액은 919조1511억 엔으로 국내총생산(GDP) 479조2231억 엔의 192%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는 2009년에 217%를 넘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신용평가사도 최근 일본의 재정 불안을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세계의 경제 모범생’이 어떻게 이런 지경에 처했을까.

일본의 원로 재정학자인 이시 히로미쓰(石弘光·73) 방송대 학장은 “표를 의식해 선심성 정책만 남발한 정치인들의 비겁함이 원인”이라며 유권자의 냉정한 판단을 강조했다. 한국의 이른바 ‘3+1무상복지’(무상 의료·보육·급식과 대학생 반값 등록금)에 대해서는 “큰일 날 소리”라며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일본의 국가재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 나라의 국가채무 잔액이 GDP의 2배에 이르는 나라는 선진국 가운데 일본이 유일하다. 가정경제에 비유하면 어떤 집이 한 달에 쓰는 돈이 총 100만 엔인데 그중 47만 엔을 빚을 얻어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일본의 2010 회계연도 일반회계 예산은 92조 엔인데 세수는 37조 엔에 불과해 44조 엔어치의 국채를 새로 발행했다). 일본은 1970년대 초반까지 연평균 10∼15%씩 성장했다. 당시 일본의 정치 관료 국민은 모두 이 같은 고도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믿었다. 1972년에는 노인의료비 무료화, 1973년 연금 지급액 대폭 인상을 추진하면서 1973년을 ‘복지원년’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1973년과 1979년의 두 번의 오일쇼크로 성장률이 5%대로 급락했다. 재정지출은 늘어나고 세수는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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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을 건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논의는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일본은 사회보장의 주요 재원으로 소비세(부가가치세) 도입 논의를 1979년부터 시작했는데 10년이 지난 1989년에야 도입했다. 소비세율 3%를 5%로 올린 것도 1997년에 이르러서였다. 이것을 10%로 올려야 한다는 말도 14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이시 학장은 “일본 정치권은 소비세 인상을 ‘폴리티컬 터부(정치적 금기)’로 여겨왔다”며 소비세와 정치권의 질긴 악연을 설명했다. 소비세 인상을 추진했던 정권은 모두 선거에서 패하거나 심지어 정권까지 내줘야 했다는 것.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소비세를 ‘악’으로 몰아붙이고 세금이 들어가는 선심성 정책만 내놓았다. 정치인의 비겁함과 태만이 일본의 활력을 잃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일본의 사회보장이 재정건전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다.

“1990년대까지 대형 공공사업을 벌여 재정적자를 키웠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세수 부족과 막대한 사회보장 지출이 적자를 부풀렸다. 사회보장은 혜택을 줄이든지 증세를 하든지 양자택일 외에는 방법이 없다. 정치인들도 이를 잘 알고 있음에도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조만간 연금 수령자가 되는 막대한 인구군인 단카이 세대의 ‘표’ 때문이다.”

일본의 단카이 세대는 1947∼19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로 7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내년부터 일본의 재정부담은 급격히 늘어 국민연금 지급총액은 2009년 50조3000억 엔에서 2015년에는 59조 엔, 2025년에는 65조 엔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국가채무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09년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33.8%다. 일본에 비하면 안정적이다. 다만 2005년 28.7%였던 비율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국가채무는 불어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일본도 1977년에 한국과 비슷한 32%였지만, 6년 만인 1983년에 두 배(60%)가 됐고, 1997년에 100%가 됐다. 200%를 넘는 데 1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최근 한국에서는 이른바 3+1 무상복지정책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겁다.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앉으며) ‘룩 저팬(Look Japan·일본을 보라)’. 일본 민주당은 2009년 정권 교체 이후 소득에 관계없이 중학교 이하 자녀 1인당 매달 1만3000엔씩 지급하는 아동수당, 고속도로 무료화 등 각종 복지정책을 쏟아냈다. 이런 정책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16조8000억 엔을 잡았는데 세금을 한 푼도 올리지 않고 기업 세제우대 조치 삭감, 예산 구조조정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금 소비세율을 올리지 않으면 재정악화를 막을 수 없다고 말을 뒤집는다. 복지를 늘리면 뒷감당은 고스란히 아들딸 손자 세대로 넘어간다. 복지에는 공짜가 없다. 국민도 정치인의 선심성 복지를 냉정하게 판단할 줄 아는 ‘안력(眼力)’이 필요하다.”

일흔이 넘은 원로교수의 충고였다.

■ 이시 히로미쓰

일본 재정학을 대표하는 원로 교수로 2000∼2006년 자민당 정권에서 정부세제조사회장을 지냈다. 히토쓰바시(一橋)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이 대학에서 학장을 지냈으며 2007년부터 방송대(한국의 방송통신대학 격) 학장을 맡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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