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세이/양병이]‘구제역 매몰’ 외국서 기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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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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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이 서울대환경대학원교수
양병이 서울대환경대학원교수
구제역 감염 확산이 진정 기미를 보이자 이번에는 구제역 의심 가축 매몰지의 2차 환경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구제역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소는 안락사 주사제를, 돼지는 마취제를 주사한 후 매몰해야 한다. 그러나 돼지는 워낙 수가 많아 산 채로 구덩이에 몰아넣고 생매장하는 방법으로 처리한 경우도 많다. 이 과정에서 돼지들이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구덩이에 이중으로 깔아놓은 비닐이 찢겨나가기도 한다. 땅속에 매몰된 가축 사체는 부패과정을 거치면서 침출수가 발생하는데 이때 다양한 영양염류가 침출수와 함께 생태계로 배출될 수 있다.

우리보다 앞서 구제역 피해를 당한 영국은 가축의 도살처분 후 매몰 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조사한 바 있다. 이때 가축 사체에서 흘러나오는 액체, 높은 농도의 암모니아와 화학적산소요구량의 침출수, 침출수 안에 살모넬라 등의 병원균과 메탄 등의 가스가 유출됨을 밝혀냈다.

우리나라는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를 차단하기 위해 발생지 주변지역의 가축들을 농장 터나 인근 지역에 매몰하는 방식의 소규모 매몰 처리를 주로 해 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빠른 시간 내에 대량 매몰을 해야 할 상황에는 가축 매몰 지역의 환경오염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축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해 감염 의심 가축을 처리하는 방법이 매몰 외의 환경오염이 발생되지 않는 방법으로 변경할 때가 됐다.

영국 환경식품농무부(DEFRA)에서는 상업용 고정소각시설 소각, 렌더링(멸균처리법), 허가된 상업용 매립지 매립의 순으로 구제역 가축 사체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공기 커튼 소각시설이나 이동 소각시설 소각과 현지 매몰(burial)은 앞의 세 가지 방식에 한계가 왔을 때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처리 방법의 우선순위를 렌더링, 고정소각시설 소각, 허가된 상업용 매립지 매립의 순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지 소각이나 매몰, 퇴비화 등은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소각, 열처리 정제 후 소각, 퇴비화나 바이오 가스 자원으로의 활용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열처리 정제시설의 처리능력이 한계에 이르렀을 때, 그것도 예방적 도살처분에 한해서만 정부가 지정하는 장소에 전염병에 걸려 도살처분된 가축을 묻을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소규모 현지 매몰 방식은 가장 우선순위가 낮은 처리 방식임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가축전염병을 대처하기 위해 가축 도살처분 후 소규모로 매몰 처리하는 방식이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개선되기를 촉구한다.

양병이 서울대환경대학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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