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그 사건 그 후]<12·끝>‘슈퍼스타K 2’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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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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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 없는 꿈’들이 부른 희망가 ‘열린 기회’ 열망 싣고 퍼지다

Mnet의 ‘슈퍼스타K 2’가 끝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최종 우승자 허각 씨를 포함해 톱 11명은 여전히 기획사와 ‘미팅 중’이다. 조급하지는 않으냐고 묻자 허 씨는 “서두를 문제는 아니고 신중하게 생각해 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엠넷미디어
Mnet의 ‘슈퍼스타K 2’가 끝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최종 우승자 허각 씨를 포함해 톱 11명은 여전히 기획사와 ‘미팅 중’이다. 조급하지는 않으냐고 묻자 허 씨는 “서두를 문제는 아니고 신중하게 생각해 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엠넷미디어
가죽 재킷을 입은 허각 씨(25)가 힘찬 창법으로, 검은 모자를 눌러쓴 존 박 씨(22)는 한껏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각각 다른 두 가지 매력이 녹아든 이 영상은 11월 19일 방영을 시작한 코카콜라 CF. 이 광고는 두 사람이 참가한 케이블 채널 Mnet 프로그램 ‘슈퍼스타K 2’의 톱2 최종 미션에서 수행한 ‘코카콜라 CF 제작하기’를 재편집해 만들었다. 코카콜라 측은 ‘정식 광고로 만들어 달라’는 팬들의 요청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 광고 음반 등 활발한 활동 선보이지만 기획사와의 계약은 회색빛


슈퍼스타K 2가 10월 22일 종료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슈스케’ 열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1위를 차지한 허 씨, 그 뒤를 이은 존 박 씨를 비롯해 톱 11명에 든 참가자 여럿이 국제전화 광고, 기업이미지 광고, 의류 광고 등에 발탁됐고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도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명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통일부가 통일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서울 인천 부산에서 연 ‘슈퍼스타K 톱11 콘서트―더 드리머스’에 참가했다. 장재인 김지수 박보람 이보람 김소정 씨 등은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을 비롯한 드라마 OST 작업에 각각 참여했고 11위에 들지 못했지만 방송 당시 인기를 모은 우은미, 션 리 씨는 디지털 싱글을 발매했다.

톱 11명이 불렀던 노래가 화제가 됐던 것처럼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이들의 노래는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장재인 씨(19)가 부른 ‘플리즈’와 존 박 씨의 첫 디지털 싱글 ‘아임 유어 맨’ 등이 발매 이후 ‘벅스’를 비롯한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10위 안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획사들과의 계약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11명 모두 여러 기획사와 접촉하고 있지만 정작 톱 11명 중 지금까지 계약을 체결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오히려 톱 11에 들지 못했던 김보경 씨(20)만이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와 23일 계약을 맺었다.

11명과의 접촉도 대형 기획사보다는 중·소 기획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이들은 이미지가 이미 형성돼 있고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힘든 만큼 대형 기획사 입장에서 메리트가 없다. 이슈가 될 만한 요소들이 이미 다 알려져 있으니 정작 나중에 기획사가 이들을 데리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 대중의 감성 자극하고 ‘공정사회’ 상징으로

학창 시절 왕따를 당했고 고등학교를 자퇴했다고 밝힌 장재인 씨, 어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중학교를 졸업한 뒤 환풍기 기사로 일해 온 허각 씨…. 어려웠던 배경을 가진 이들의 면면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외환위기 때 god가 친숙한 ‘어머니’ ‘자장면’을 키워드로 대중의 감성을 자극한 것처럼, 사람들은 허각 씨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고 그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말했다.

허 씨는 의도하지 않게 ‘열려 있는 기회’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10월 27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김황식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허각이라는 친구가 어떤 배경이나 물려받은 재산도 없이 오로지 성실함과 타고난 목소리 하나 가지고 성공신화를 이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10월 25일 당 회의에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으면서도 노래에 대한 꿈을 잊지 않은 허각의 우승을 보며 감동정치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허 씨도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 토론자로 참석해 “제가 공정사회에 맞게 혜택을 본 사람”이라며 “공정사회라는 것은 꿈이 있는 사람에게 꿈을 실현할 공정한 기회를 주는 것이고 노력하면 기회가 오는 사회”라고 말했다.

가수로서의 길을 준비하고 있는 허 씨는 한 해를 돌아보며 “2010년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낙천적인 성격이라 고민은 없는 편인데, 지금 받은 사랑을 2011년에 어떻게 보답할까 생각하면 막막해지기도 한다. 팬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는 가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슈스케’ 조문근 “음반 늦어진 이유는…”
▲2010년 11월26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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