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지오그래픽]KTX 타고 한달음… ‘천년 고찰’이 바로 눈앞에서 반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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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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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통도사&울산 장생포

《1일 드디어 서울∼부산 KTX의 2단계 구간(동대구∼부산)이 개통됐다. 이로써 경부고속철은 착공 8년 5개월 만에 완공됐다. 2단계 구간은 노선, 철도시스템, 운행소요시간 등이 기존 경부선(동대구∼밀양∼구포∼부산·115.1km)과 달리 ‘동대구∼신경주∼울산(통도사)∼부산’130.7km)의 새 노선으로 건설됐다. 철도시스템도 1단계 구간(서울∼동대구 293.1km)과 같이 직선화된 고속철 전용선이다.

2단계 구간 개통으로 경부고속철의 총연장(423.8km)은 경부선철도를 이용해온 이전 408.2km·2시간 40분)과 비교해 15.6km 더 늘었다. 하지만 운행시간은 오히려 22분이 줄어 2시간18분에 주파한다. 길은 소통이다. 소통이란 곧 교류이고 교류는 변화를 부른다.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이 개통된 만큼 정차할 중간 역 주변도 변할 게 틀림없다. 신경주역이 들어선 경주, 울산(통도사)역 주변의 울산과 울주군, 양산시가 그렇다. 서울에서 신경주역은 2시간2분, 울산(통도사)역은 2시간11분 거리로 성큼 다가와서다. 그 덕은 아무래도 통도사가 볼 것 같다. 다섯 시간 이상(버스) 걸리던 게 두 시간대로 단축되어서다. 통도사도 이젠 부산처럼 서울 및 수도권에서도 하루 일정 여행코스로 편입됐다.》
○ 3山(울산 양산 부산)의 중심이 된 KTX 울산역

KTX로 2시간11분 만에 도착한 울산역. 주변은 산이고 앞에는 공장뿐인 교외다. 울산 어디쯤인가고 물었더니 대뜸 언양이 코앞이란다. ‘언양불고기’의 그 언양인데 걸어 10분 거리다. 언양의 동편이자 양산의 북쪽. 울산시내는 동남쪽으로 한참 떨어져 있다.

경부고속철도 울산역에 정차한 고속열차. 플랫폼의 이정표에 울산(통도사)라고 쓰여 있다.
경부고속철도 울산역에 정차한 고속열차. 플랫폼의 이정표에 울산(통도사)라고 쓰여 있다.
플랫폼 너머 서편 하늘의 절반이 가을산색으로 곱다.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산악이다. 정면은 신불산(해발 1209m), 주변으로 석남사(대표적인 비구니 수행도량) 깃든 가지산, 자연휴양림이 있는 간월산, 통도사 품은 영취산이 포진한 형국이다.

영취산(통도사에서는 영축산이라고 부른다)이라면 삼보(불보 승보 법보) 사찰 중 불보사찰인 통도사를 품은 그 산. 그러고 보니 KTX울산역의 플랫폼에는 ‘울산(통도사)’라고 표기돼 있었다. 실제로 역에서는 통도사가 울산시내보다 가깝다.

“옛날부터 삼산(三山)이라고 했어요. 울산 양산 부산…. 그래서 역도 울산 양산을 두루 커버할 곳에 둔 것이지요.”

이 역무원은 울산(통도사)역이 여행객으로 붐빌 것 같다고 전망했다. “주변에 4∼5시간 오를 산이 많거든요. 요즘 같으면 억새(간월재)와 단풍이 기막히지요. 산행 후 신불산 아래서 온천욕하고 언양불고기 맛본 뒤 KTX로 영화 한 편 보고나면 서울에 도착할 겁니다.”

그의 말은 흥미롭기만 했다. 부산도 예서 더 가깝다는 말인데…. “도심은 몰라도 해운대는 택시로 30분 거리입니다. 언양∼부산 직행버스도 다니고. 해운대만 본다면 부산 역까지 가지 말고 여기서 내려 다녀오는 게 길도 안 막히고 더 좋습니다.”

2008년 말 개통한 부산∼울산구간(민자) 동해고속도로(해운대∼송정∼기장일광∼장안∼온양∼청량∼문수∼울산갈림목)를 두고 한 말이다. 울산고속도로(언양∼울산갈림목·12.6km)와 동해고속도로 울산∼부산 구간(46.3km)을 이어 달리는 코스(총 58.9km)인데 여기 ‘총알택시’의 통상 랩타임은 20분대. 양산, 울산, 해운대 모두 택시로 20분 거리의 KTX울산(통도사)역. 2014년 지역환승센터까지 문을 열면 삼산의 교통중심으로 자리매김 할 것 같다.

○ 1365년 역사를 이어온 불보종찰 통도사

고속버스로 양산에서 언양으로 가는 도중. 차창 밖으로 뭉근하니 대지를 내리누르는 거대 둔중의 덩치 큰 산 하나가 객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행길 여행자라도 이게 천년고찰 품어 안은 영축산(1050m)임을 단박에 알아 챌 만큼 인상적이다. 그런데도 하마터면 그 고찰을 지나칠 뻔했다. 언양발 부산행 시외버스가 정차한 ‘통도사 삼거리’ 정거장이 여느 절처럼 호젓한 산중이 아니라 도시의 버스터미널인 데다 통도환타지아(테마파크)의 대관람차와 빌딩이 산을 가려서다. 절집 규모는 사하촌(寺下村·사찰 가는 길에 지나는 아랫마을)으로도 가늠된다. 이 사하촌은 개산(開山)해 1000년을 훌쩍 넘긴 통도사의 유구한 역사를 가늠케 하는 또 하나의 유산이다. 이 지역 주민의 지극한 불심과 더불어.

1365년 전 신라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모셔온 부처님의 진골사리를 모신 금강계단. 뒤로 보이는 건물이 대웅전으로 이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고 통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금강계단을 향해 절한다. 양산=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1365년 전 신라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모셔온 부처님의 진골사리를 모신 금강계단. 뒤로 보이는 건물이 대웅전으로 이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고 통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금강계단을 향해 절한다. 양산=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오후 다섯 시. 영축산 남쪽 기슭의 계곡은 벌써 땅거미 져 어둡다. 거기 깃든 통도사도 경내가 한가롭다. 절은 역시 절이다. 사하촌의 번잡함이 어느새 사라지고 내 앞에는 고색창연한 당우가 어깨를 맞댄 천년고찰 통도사가 서 있었다. 일주문 지나 천왕문을 통과해 불이문으로 들어서는 영축총림 통도사. 조금씩 오르막을 이루던 경내는 대웅전과 금강계단 앞에서 그 오름을 멈췄다.

더는 오를 곳 없음이란 그곳이 가장 높은 곳임을 뜻한다. 금강계단이 부처님 사리를 모신 성스러운 곳이어서다. 그 사리는 1365년 전 신라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모셔온 것. 통도사는 부처님 정골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연 사찰이다. 금강계단은 대웅전 뒤에 있다. 화강암으로 쌓은 사각형 단 위 한중간에 불사리 탑을 놓은 모습이다. 그 금강계단 앞 대웅전을 보면 벽에 큰 유리창이 보인다. 대웅전 내부에서 금강계단이 보이도록 설치한 것이다. 그 대웅전에는 여느 사찰과 달리 불상이 없다. 불단 너머 유리창을 통해 부처님의 신체 일부가 묻힌 금강계단이 보이는 만큼 굳이 불상을 봉안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날 나는 통도사에 유숙하며 산속 절집에서 깊어가는 가을밤을 맛보았다. 그 서곡은 저녁공양(오후 5시 반). 버섯으로 국물 낸 된장찌개와 열무김치, 나물무침, 그리고 산나물장아찌. 대접에 숟가락만으로 밥과 반찬을 담아 남김없이 먹고 그걸 제 손으로 씻어 되돌려주는 절간의 식사. 그것 자체만으로도 세간의 티끌을 조금이라도 벗어보려 절을 찾은 세인의 노력을 덜어준다. 그리고 제1막, 사물(四物)의 울림이 시작됐다. 법고의 두들김으로 시작해 범종 울림으로 마치는 이 장엄한 절집의 마침예식. 그 앞에서는 누구나라도 자신이 우주만물과 어울려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에 닿는다.

사명암의 극락보존 실내. 아미타불 뒤의 탱화와 천정의 화려한 단청은 동원스님 작품이다.
사명암의 극락보존 실내. 아미타불 뒤의 탱화와 천정의 화려한 단청은 동원스님 작품이다.
그리고 오전 3시 반. 범종루에서는 다시 사물이 울렸다. 우주만물을 깨우는 소리다. 20분 후 설법전에서는 아침예불이 시작됐고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지극한 마음으로 목숨을 다해 부처에게 귀의하겠다는 뜻)를 되뇌는 가사장삼 차림의 스님 눈에는 용맹정진의 의기가 하얗게 서렸다. 여명이 걷히며 경내에 인척이 들기 시작한다. 새벽같이 찾아온 불자들의 발길이 소란스럽다.

나는 계곡을 건너 암자가 둥지를 튼 산기슭으로 걸어 올랐다. 2km쯤 가자 사명암이 보였다. 이곳은 단청장(중요무형문화재) 동원스님이 불화작업을 하고 있는 사찰. 암자라고 해도 규모가 상당하고 풍치 또한 기막히다. 특히 연못을 파고 그 위에 정자 무작정과 누대 일승대를 둔 것은 이곳만의 특별한 조경.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극락보전은 그 정자와 누대 뒤편 위에 있는데 내부 천장의 화려한 단청과 벽면의 장엄한 탱화가 모두 동원스님작품이다. 스님은 20일 암자 내 작업실에서 탱화시연회를 연다.

○ 대한민국의 유일의 고래여행지 울산

KTX울산 역에서 장생포가 있는 울산항까지는 버스로 40분 거리. 울산만의 장생포는 고래어업 전진기지였다. 하지만 포경금지(1986년) 후 고래문화특구로 지정(2008년)되면서 이제는 고래를 테마로 한 관광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옛 포구 모습은 찾을 길 없다. 거대한 수출입 물동량을 처리하는 울산항의 위용에 가려서다. 하지만 고래에 관한 자료만은 확실하게 보여준다. 장생포 고래박물관이 바로 그곳이다. 포경 역사와 장생포 앞바다에 자주 출몰했던 귀신고래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2, 3층에 전시돼 있다. 고래생태체험관(유료)에는 돌고래 세 마리의 유영을 투명한 수중터널에서 관람할 수 있는 수족관도 있다. 하루 두 번 점프 쇼도 펼친다.

장생포 고래박물관 앞에 만들어둔 귀신고래 모형.
장생포 고래박물관 앞에 만들어둔 귀신고래 모형.
박물관 밖에는 귀신고래의 실물크기 모형과 마지막 포경선 제6진양호가 전시돼 있다. 또 고래바다여행선을 타고 내리는 선착장도 곳곳에 보인다. 이 배를 타고 나가면 울산바다를 오가는 고래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시즌(4∼10월)이 지나 지금은 연안관광만 가능하다. 이곳 관할 울산 남구에는 국내 유일의 ‘고래관광과’까지 있다.

고래체험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고래 고기 시식. 울산항의 장생포동 부근에는 고래고기 전문식당이 열댓 개나 된다. 그중 가업으로 3대째 대물려 운영 중인 ‘원조 할매집’을 찾았다. 상차림은 다양한 부위를 삶거나 회로 내는 모둠 접시, 콩나물을 넣고 매콤하게 끓여낸 국이 전부. “고래고기는 부위에 따라서 열두 가지 맛이 납니다. 이건 가슴살 삶은 거고 이건 등살 육회고 요건 내장 수육이고 이건 가장 최고급부위인 지느러미고….”

희고 빨갛고 모양도 색도 각양각색의 고래 고기는 양념장도 초고추장 젓갈 소금 등 부위별로 달리 찍어 먹는다.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주의할 점이 있다. 독특한 고래향취인데 이 때문에 못 먹는 사람도 많다. 가격도 만만찮다. 모둠 접시(4인분)가 10만 원. 상에 오르는 고래고기는 혼획(다른 고기를 잡기 위해 친 그물에 우연히 잡힌 것을 거두는 것)고래로 경매를 통해 구입한다고 했다.

○ 대한민국 대표 옹기집산지, 외고산 옹기마을

옹기는 숨쉬는 그릇이다.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그릇이다. 옹기는 흙 물 불 바람으로 만든다. 그래서 전 세계 모든 문화권에 다 있다. 그리고 아직 실생활에서 쓰인다. 하지만 그 옹기가 현대에도 요긴하게 쓰이는 곳으로 한국만 한 곳이 없다. 발효음식 덕분이다. 슬로푸드의 대명사인 장류(된장 간장 고추장)는 옹기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 김치도 다르지 않다. 세계적 발명품인 ‘김치냉장고’ 역시 김치 독에서 발전했다. 그런 만큼 우리 옹기문화는 세계적으로 알릴 만하다. 지난달 24일 막을 내린 2010 울산 세계옹기문화엑스포는 그런 한국옹기의 우수성을 알리고 보여준 국제행사였다.

엑스포는 끝났지만 행사장인 외고산 옹기마을은 여전하다. 느릿한 구릉에 기대듯 자리한 옹기장들의 작업실은 두런두런 마을골목을 따른다. 그 길가로 독이며 그릇 등 온갖 옹기가 산처럼 쌓여 있다. 손으로 독 짓는 장인의 손길도, 펄펄 열을 내뿜는 옹기가마의 굴뚝도 외고산 옹기마을에서는 늘 만나볼 수 있는 풍경. 이 곳에는 지금 전국에 37개뿐인 옹기업체 중 9개(40여 명)가 모여 있다.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내 최대의 옹기집산마을이 다. 마을에 가면 옹기 만들기 체험을 한다. 물론 옹기를 살 수도 있다. 현대 옹기는 도자기 이상으로 디자인과 용도가 다양하다. 장독부터 악기까지.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찾아가기(울산) ▽KTX경부선 △하차: 울산(통도사)역 △소요시간: 서울역에서 2시간11분 △요금: 서울∼울산(통도사) 평일 4만6300원, 주말 및 휴일 4만9500원 ▽고속버스 △승차(서울): 남부버스터미널(02-521-8550)에서 언양행(양산 경유·1666-1006). △소요시간: 4시간50분(양산∼언양 30분 소요) △요금(우등): 2만2500원. 동서울터미널(1688-5979)에서는 2만2000원.

◇울산관광 ▽시티투어: 전망 감상에 좋은 2층 버스운행. 주6회(월요일 쉼) 오전 10시∼오후 4시 반, 울산시청 앞 햇빛광장 출발. 5000원(7∼19세는 3500원·입장료는 이용자 부담). www.ulsancitytour.com 052-275-0295 ▽장생포 고래박물관: 오전 9시 반∼오후 6시(월요일과 공휴일 다음 날 쉼), 입장료 2000원. 음성안내기 대여(2000원), 수족관 관람. 울산 남구 매암동 139-20. 052-256-6301 ▽영축산 통도사 △찾아가기: 언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내버스 탑승(1000원), 통도사 삼거리 하차(20분 소요). 통도사 버스터미널에서 합승택시(편도 3000원)로 5분 소요. 고속도로 이용 시 경부고속도로 통도사 나들목 이용 △홈페이지 및 전화: 055-382-7182, www.tongdosa.or.kr △사찰 투어:매일 오후 2시 적멸도량회(불교문화해설사)에서 안내 ▽사명암 △찾아가기: 통도사 경내에서 암자 길로 2km △전화: 055-382-2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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