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48>以不敎民戰이면 是謂棄之니라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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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子路(자로)’의 마지막 章이다. 道義(도의)도 戰術(전술)도 모르는 백성을 전쟁에 동원하면 그 군사는 烏合之卒(오합지졸)에 불과하다. 그렇게 동원하는 것은 그들을 구렁텅이로 내모는 일이 된다. 공자는 또 “선량한 사람이 백성을 교육하고 훈련시키기를 칠 년이나 팔 년 동안 한다면 안심하고 백성을 전투에 내보낼 수도 있다”고 했다. 국가 위난의 시기에 백성들을 동원하려면 그 전에 오랫동안 善政(선정)과 善敎(선교)를 행하여 백성이 위정자를 믿고 어른들을 위해 죽기를 각오하여야 한다.

以는 개사로, 用과 같다. 敎는 道義, 農耕(농경), 전술의 교육은 물론,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공감 형성도 아우른다. 是는 앞의 말을 가리키고, 之는 不敎民을 가리킨다.

‘춘추좌씨전’에 보면 기원전 633년에 晉(진)나라 文公(문공)이 교화에 힘쓴 지 두 해 만에 백성을 동원하려고 하자 대부 子犯(자범)은 백성들이 義를 알지 못한다며 말렸다. 백성의 생활이 안정되고서 문공이 그들을 동원하려 하자 자범은 백성들이 信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문공은 原(원)을 치고 30리를 물러나 신의를 보이고 나서 백성을 동원하려고 했다. 자범은 백성이 禮를 모른다며 반대했다. 문공이 예의의 기준을 밝히고 관직의 위계를 바로잡자 비로소 백성이 명령에 의혹을 품지 않게 됐다. 문공은 백성을 동원해서 제나라와 초나라를 이기고 覇者(패자)가 되었다.

子犯은 ‘군사는 명분이 正大하면 씩씩하게 된다’고 했다. 구한말 의병장 崔益鉉(최익현)도 ‘믿는 것은 군사를 일으킨 명분의 정대함이니, 적의 강함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군대를 강하게 하려면 동원의 명분이 정대하여 국민들이 명령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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