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환상의 세계에 초대합니다”

  • 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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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 예술작품 같은 디스플레이 경쟁

백화점 안에 비행기가 난다. 꽁무니에서 나오는 흰 연기가 탐스럽다. 진짜 비행기는 아니고 모형 비행기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1층부터 매장 천장까지 뚫린 아트리움 사이에 설치된 이 모형 비행기는 신세계백화점이 설치 미술 작가 노동식 씨와 함께 만든 것이다. 비행기 모형과 하얀 구름이 입체적으로 표현돼 마치 비행기들이 백화점 매장 사이를 유영하는 듯하다. 매장을 찾은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과 강남점, 죽전점에도 같은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백화점의 디스플레이가 상품을 소개하는 1차적 기능에서 벗어나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되고 있다. 그 덕분에 백화점은 계절과 패션 트렌드를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고 볼거리도 풍부한 매장으로 거듭났다. 외국 백화점 가운데 일본 이세탄백화점, 영국 헤러즈백화점, 프랑스 라파예트백화점 등은 쇼윈도만으로 뉴스거리가 될 정도로 시각 문화 창조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세계의 멋쟁이들이 모인다는 뉴욕 거리의 버그도프굿맨백화점, 블루밍데일스백화점 등도 유명하다.

올여름에도 해외 백화점들은 각각의 주제와 개성에 따라 독특하고 창의적인 디스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 5번가 소재의 버그도프굿맨백화점은 나무토막과 재활용품 등을 활용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의 느낌을 살린 쇼윈도를 선보였다. 이 백화점 미술팀이 메릴랜드 볼티모어 소재의 한 미술관에서 재활용 관련 전시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것이다. 버그도프굿맨은 5월에는 브랜드 ‘랑방’과 함께 환상의 나라를 뜻하는 ‘라라랜드(La La Land)’라는 제목으로 신비하고 동화적 느낌의 쇼윈도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뉴욕 렉싱턴가 소재 블루밍데일스백화점은 8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40주년을 기념해 우주여행과 관련된 이미지로 쇼윈도를 꾸몄다. 아동 마네킹 옆에 로봇을 매치하거나 벽면에 우주선, 달, 토성 등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어른과 아이를 막론하고 ‘우주’로 향한 동심을 자극한다.

크리스마스는 매장 연출이 가장 극대화 되는 시기로 백화점들마다 화려하고 독특한 디스플레이를 선보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세탄백화점은 2005년 크리스마스에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테마로 쇼윈도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겨울옷을 입은 마네킹 주변에 토끼와 트럼프 카드 등을 설치해 보는 이가 줄거리를 눈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표현했다. 미쓰코시백화점 긴자점은 2005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블리스(Blythe) 인형’을 기념해 쇼윈도 전면에 다수의 인형을 전시하기도 했다.

백화점 디스플레이가 볼거리 경쟁을 하다 보니,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 단명하는 ‘비운의 쇼윈도’도 탄생했다. 7월 미국 백화점 바니스 뉴욕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의 마네킹을 연출했다. 올가을 유행인 블랙 컬러의 의상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한 연출이었으나 시민들의 항의로 결국 연출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철거되는 신세가 됐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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