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쪽형 인간]<끝>술이 앞쪽뇌를 망친다

  • 입력 2009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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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부터 음주교육 시작해야

술을 마시면 뇌세포가 죽는다. 특히 앞쪽 뇌가 많이 손상된다. 건강검진에서 뇌 촬영을 했는데 앞쪽 뇌가 헐렁하게 나오는 사람이 있다. 알코올 병력을 물어 보면 십중팔구 술을 많이 마신 사람이다.

최신 개발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기법 가운데 하나인 ‘확산텐서영상’을 이용하면 뇌의 다른 부위를 연결하는 신경 줄의 굵기를 잴 수 있다. 연구 결과 알코올 섭취가 많은 사람은 좌우 뇌를 연결하는 큰 신경 줄인 뇌량(뇌대들보)의 크기가 감소된 것을 확인했다. 특히 좌우 전두엽을 연결하는 신경 줄이 끊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면 뒤쪽 뇌는 술로부터 안전할까. 그렇지 않다. 하루에 소주 2잔 정도를 10년 이상 마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한 결과 앞쪽 뇌뿐만 아니라 뒤쪽 뇌의 일부인 시상과 해마(감정, 기억 등을 담당)도 위축된다는 연구가 있다. 소뇌도 위축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비타민 부족증까지 겹치면 기억장애를 일으키는 베르니케 뇌병증, 코르사코프 정신병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환자는 기억력이 몇 분도 지속되지 않을 정도로 나쁘다. 술을 먹고 앞쪽 뇌가 많이 상해 패가망신을 한 환자도 있다.

우리나라 술 소비는 세계 2위라는 통계가 있다. 이런 문화는 사람의 앞쪽 뇌뿐만 아니라 뇌 전체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앞쪽 뇌가 많이 손상돼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 충동조절을 못하기 때문에 술을 더 마시는 악순환이 생기게 된다.

처음부터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남이 마시니까 따라 마시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하는 분위기 때문에, 술을 잘 마시면 남자답다는 편견 때문에 술을 시작한 것이 중독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뇌를 건강하게 만들려면 술을 절제하는 생활을 습관화해야 한다. 술에 대해 ‘NO’라는 의사를 표시할 줄 알아야 한다. 보통 중고등학교 때 술을 처음 경험하는데, 아예 초등학교 때부터 술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신입생 환영파티에서 대학생들이 술을 마시다 사망했다는 보도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20여 년간 힘들게 키워온 자식이 강제로 술을 마시다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면 부모는 어떤 기분이겠는가.

술은 정상적인 뇌 활동에 적이다. 활발하게 뇌가 움직이려면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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