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우 칼럼]‘만수무강’ 장관이 참말이요?

  • 입력 2008년 9월 5일 19시 48분


쪼께 물어볼 말이 있소. 어떤 이는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듯이 위기설에는 위기가 없다 하고, 어떤 이는 진짜로 위기가 올 수 있응께 조심혀야 한다고 하니 어느 쪽 말이 맞소?

맥도 모르고 침통 흔든다고 전문가도 아닌 제가 물색없이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위기가 아니라는 쪽은 도둑이 주인 모르게 담장 넘지 두 눈 빤히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넘겠는가, 지난번 아이엠에프 때처럼 그렇게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당하지는 않을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겠지요. 위기라는 쪽은 어영부영하다가는 진짜 위기가 될 수도 있으니 잘 대처해야 된다는 말이겠고요.

‘오뉴월 쇠불알 떨어지기’

아따, 그리 두루뭉수리로 답할 거라면 누군들 못하겄소. 안 오르는 건 서방 월급과 자식새끼 성적뿐, 물가는 죄다 다락같이 올라 우리 같은 서민들 장바구니엔 한숨만 쌓일 판인데, 이것이 위기가 아니면 뭐가 위기라요?

물가 금리 환율은 오르고 주가는 폭락하고, 경기도 당분간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위기는 위기지요. 하지만 자꾸 못 살겠다, 못 살겠다 하다 보면 정말 못살게 되는 것처럼 경제도 위기다, 위기다 하다 보면 진짜로 위기가 될 수 있어요. 경제는 심리(心理)에 크게 좌우되니까요.

아이고, 심리고 뭐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랑 그만 하시고 좀 알아먹기 쉽게 말씀해주시요. 우리 같은 사람 형편이 언제 좀 나아질랑가,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경제는 언제쯤 살아날랑가, 행여 오뉴월 쇠불알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모르겄소.

오뉴월 쇠불알 떨어지기라면 되지도 않을 일 괜한 욕심으로 기다린다는 뜻일 텐데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대통령도 내년 말쯤이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니 참고 견뎌내자고 했으니까 믿고 기다려봐야겠지요.

내년 말이라고요? 금년 말도 아니고 내년 말까지 어찌 기다린다요. 은행에서 빌린 돈 이자는 장마 뒤 잡초 크듯이 쑥쑥 자라는데 장삿속은 늙은이 쉰 방귀 뀌듯 갈수록 시들하니 말씀이요. 이제는 굽도 젖도 할 수 없으니(형편이 막다른 데까지 달하여 어찌 해볼 방도가 없으니) 머잖아 애옥살이(가난에 쪼들려 고생스러운 살림살이)를 면치 못할지 걱정이오. 그나저나 내년 말이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대통령 말씀은 정말 믿을 만하요?

믿어봐야지요. 아무렴 대통령이 아무 요량도 없이 그런 말씀을 하겠습니까. 내년 봄까지 어렵다가 여름쯤 바닥을 치면 찬바람 불면서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겠느냐, 그런 기대지요. 감세(減稅)를 하기로 한 것도 그 무렵부터 효과가 날 것이고요.

감세라고요? 그거야 부자들한테나 득(得)이 되지 우리네 같은 사람에겐 언 발에 오줌 누기요. 일 년에 고작 수십만 원 세금 줄여준다고 무슨 금시발복(今時發福)이 되겄소.

감세란 원래 부자들이 좀 더 혜택을 보는 것입니다. 그동안 부자들이 많은 세금을 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세의 혜택도 크게 돌아가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부자들만을 위한 감세라고 무턱대고 욕하는 건 옳지 않아요. 부자들이 세금 덜 내 여유 있는 돈으로 소비를 더 하면 아주머니는 장사가 나아질 거고 그러면 애옥살이 걱정도 덜 수 있지 않겠어요. 문제는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 굴러가지 않고 세수가 줄어 나라 살림만 쪼들리게 되면 없는 사람들만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거지요. 그렇게 안 되도록 이 정부가 잘 해야 ‘부자들만을 위한 정부’라는 비난을 면하고 경제도 살아날 수 있을 텐데…….

어째 말꼬리를 사리는 게 미덥지 않다는 소리 같소.

많은 경제전문가가 미덥지 않다고 하니까요. 성장과 안정 정책을 온탕 냉탕 드나들 듯하고, 신도시 개발한다고 하다가 도심 재개발 재건축 한다고 하고, 대통령은 접었다는 경부 대운하 사업을 국토해양부 장관은 다시 할 수 있다고 하고,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정부를 국민이나 시장이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신뢰 없이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점이지요.

‘경제 대통령’은 어디 갔소?

아니, 말은 잘 못해도 일은 잘 한다던 ‘경제 대통령’이 어째 그 모양이요? 어떤 장관인가는 아무리 여기저기서 자르라고 해도 대통령이 감싸고돌아 ‘만수무강’ 장관이라고 부른다더만 그것이 참말이요?

우스갯소리겠지 참말이겠습니까. 다만 그 양반도 어느 대통령 참모처럼 이 정부가 그동안 경제를 선방(善防)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선방이라고라! 그것이 먼 헛소리요?

전진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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