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수다]누가 스타를 ‘텅 비었다’ 하는가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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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피에르(스티브 부세미)는 화가 났다. 중요한 정치 스캔들을 취재해야 하는데 편집장이 여배우 인터뷰 ‘따위’를 맡겼다. 더구나 여배우 카티야(시에나 밀러)는 1시간이나 늦고도 미안한 기색이 없다. 상영 중인 영화 ‘인터뷰’ 속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된다.

밀고 당기는 두 남녀의 심리전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같은 직업이라서 그런지 기자의 행동에 주목했다. ‘정치’라는 중대사(?)만 취재하던 그에게 ‘누구랑 잤느냐’로 화제를 모으며 싸구려 영화에 출연하는 ‘B급 딴따라’와의 인터뷰는 시간 낭비 같았다. 그래서 그는 여배우의 출연작은 물론 기본적인 프로필도 모른 채 나가 한심한 질문만 던진다.

방학 때마다 오는 대학생 인턴기자들은 스타 인터뷰에 따라가는 걸 제일 좋아하지만 같이 가며 꼭 묻는다. “연예인들은 실제로 만나면 말도 못하고 바보 같죠?” 일반인들은 다 말을 잘하나? 어떤 직업군이든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스타를 동경하지만 그들이 똑똑하기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스타가 망가지는 모습에 묘한 만족감도 느낀다. 그들의 돈과 인기는 학문적 성취처럼 노력해서 얻은 ‘고상한 것’이 아니라 타고난 외모로 쉽게 얻은 것이라고 보는 걸까.

배우 중엔 인상적인 사람도 많았다. 팬이라고 오해할까 봐 이름은 안 쓴다. 여배우 S는 연기처럼 말도 똑 부러졌고 여배우 K는 어떤 질문에도 청산유수였다. 또 다른 여배우 K는 도식적인 대답만 했는데, 우연히 물은 음악 얘기에 해박한 지식을 줄줄 읊으며 뽐냈다.

가식일 수도 있다. 스타를 ‘시중’드느라 고생하는 사람들이 드라마 ‘온에어’의 대사처럼 “얼굴에 분칠한 것들” 하며 분통을 터뜨리는 것도 여러 번 봤다. 영화 속 까칠한 성격의 카티야도 팬들에겐 웃으며 사인해 준다. 그러나 인터뷰 중 솔직한 얘기를 하다 동행한 홍보대행사 직원에게 제지당한 배우 K는 “별 뜻 없이 한 얘기가 앞뒤 잘리고 보도되면서 오해를 받다 보니 공식 석상에서는 ‘정답’만 말하게 된다”고 했다. 그들의 가식은 ‘자기 방어’일 수 있다. 또 배우는 상황에 따라 알맞은 가면을 쓰는 것이 ‘일’이다. 그것도 능력이다.

재능은 다양하다. 훌륭한 능력과 그렇지 않은 능력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아나운서를 ‘앵무새’라고 한다. 그러나 어떤 내용을 만드는 것과 그것을 사람들 앞에서 정확하게 전달하는 건 별개의 능력이다.

‘인터뷰’의 후반부, 여배우를 무시하던 기자는 특종을 잡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연기와 진심을 오가며 그를 ‘갖고 놀던’ 여배우는 그의 생각보다 훨씬 영리했다.

결론. 세상에 당신보다 못난 사람 없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동시에 당신보다 그렇게 잘난 사람도 없으니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임순례 감독을 만났을 때, “왜 평범한 사람들 얘기만 찍느냐”고 물었다.

“○○○(한 미남 배우)이 잘생겨 봐야 보통 사람보다 눈 몇 mm 더 크고 코 몇 mm 더 높은 거 아니겠어요? 사람이 잘나 봤야 못나 봤야 거기서 거기죠. 아, 배우 이름은 쓰지 말아요.(웃음) 혹시 나중에 캐스팅 안 될라.”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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