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긴급시론<2>/이한영]이제 우리끼리의 협상이 남았다

  • 입력 2007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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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통 끝에 타결됐다. 양국의 재계가 씨앗을 뿌리기 시작한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근 10년 만에 얻은 성과로 한미 FTA는 탄생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한미 FTA는 찬란한 빛을 고대하는 떡잎에 불과하다. 양국 행정부의 최종 수락과 입법부 비준이라는 힘든 고개를 넘어야만 세상 밖으로 나온다. 찬란한 빛을 볼지, 더 나아가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펼쳐 한국 경제에 과실을 맺어 줄지 예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내부갈등 조정시스템 구축해야

물론 자유무역이 당사국 모두에 이득이라는 전통적 무역이론의 이치가 한미 FTA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길 바란다. 시장자유화의 이득이 손실을 보상하고도 충분히 남아 민생이 나아지기를 바란다. 현실은 이론만큼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이득으로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는 경제적이기보다는 어려운 정치적 가치판단 문제이기 때문이다. 합의가 도출돼도 방법이 효율적이지 않으면 경제적 이득은 기대치에 비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미 FTA의 궁극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내부 갈등에 대한 타협과 조정, 시장개방 혜택에 대한 효율적 배분시스템의 구축이 급선무다. 얻는 자의 몫을 강조하자니 잃는 자의 상대적 박탈감이 걱정되고, 잃는 자의 몫을 강조하자니 얻는 자의 사기 저하가 우려되기에 조정자에게는 중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그렇지 않다면 생산적 갈등을 감내하기보다는 현실 안주를 선택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국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가(可)’라고 하면 득표가 걱정이고 ‘부(否)’라고 하면 국가적 대사에 대한 그간의 무관심을 자인하는 셈이니 어느 경우든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분명한 사실은 정치권이 오직 국익을 위한다는 조건으로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한에 충실하려면 정치적 포퓰리즘이 본말을 전도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국회 비준을 얻도록 후속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좀 더 중요한 중장기 과제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제고다. 피해 보상 및 구조조정 예산이 아무리 많이 배정된다 한들 집행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다면 내부 갈등 해소와 국제경쟁력 확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리고 한미 FTA를 한국 경제의 선순환 구조 조성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면 출발점은 고비용 구조 해소에서 시작해야 한다. 기업 활동의 유연성 및 채산성을 약화시키는 규제를 완화하지 않는 한, 대미 수출의 양적 증대는 설비 투자 및 고용 확대의 유인을 주지 못한다. 전면 경쟁의 환경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저비용 해외 기지를 찾는 일은 기업의 선택일 수밖에 없지만 내수 부진에서 벗어날 기회에서는 점점 멀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와 사회안전망의 확충에 각별한 관심을 가질 시점이다.

규제완화-고비용 구조개선 시급

마지막으로 한미 FTA의 과실이 건실하려면 실물경제에서 기업과 소비자 간의 발전적 역학관계가 전제돼야 한다. 국내에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한 상품은 해외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검증의 주체는 상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소비자라는 점에서 국제경쟁력이 확보되기까지 소비자가 시행착오의 비용을 기업과 분담한다고 볼 수 있다. 살아남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고통 분담의 대가로 돌려줄 수 있는 것은 고품질 저가의 상품이지 기약 없는 고통 분담이 아니다.

시장개방은 소비자의 누적된 불만이 대안 상품으로 이전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기업은 유념해야 한다. 뒤늦게 소비 애국주의를 부르짖는다 해도 품질과 가격으로 다가서지 않으면 소비자는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 기업의 철저한 승부 근성과 소비자의 냉정한 평가가 국제경쟁력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이한영 중앙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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