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37>아이 체벌하기

  • 입력 2006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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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초등학교 교사가 1학년 학생들의 뺨을 때리는 등 과도한 체벌을 해 여론의 비난을 산 일이 있다.

아이를 혼내는 문제로 우리 부부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첫째 딸 승민이는 아기 때 말썽을 부리는 일이 없었다. 그저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기만 했다. 적어도 18개월 전 까지는.

하지만 어느 날부터 승민이와 아내의 충돌 횟수가 잦기 시작했다. 승민이는 무슨 일이든 자기가 하겠다고 고집을 피워서 일을 엉망으로 만들거나 막무가내로 떼를 부리기 일쑤였다. 아내는 어린 승민이에게 타일러도 보고 겁을 주기도 했지만 뜻대로 되질 않았다. 점점 화를 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일이 늘었다. ‘어릴 때 따끔하게 혼내야 버릇을 잘 들일 수 있다’, ‘애들은 맞아야 말을 듣는다’면서 체벌을 부추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내도 급기야 제 감정에 못 이겨 승민이의 엉덩이를 때렸다. 하지만 아이를 때리고 혼낼수록 잘못이 고쳐지기는커녕 더 심해진다는 사실만 깨닫게 됐다. 우리는 되도록 승민이 입장에 맞추고 우리가 원하는 기준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 결과 집안은 훨씬 조용해졌다.

아이가 만 3세가 되기 전에는 아이 뜻대로 하도록 최대한 배려를 하고, 잘못한 행동을 하더라도 못 본 척하고 눈감아 주는 게 최선이다. 이 시기 아이들의 나쁜 행동의 근원은 ‘호기심’이다. 아이가 나쁜 뜻으로 한 행동이 아닌데 아이 고집을 자꾸 꺾으면 주눅이 들어서 소심하고 복종적인 아이가 되기 쉽다. 때론 떼가 더 심해지기도 한다.

단, 위험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할 땐 결과를 알려주면서 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 말로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를 잘못 혼내면 성격이 비뚤어진 아이로 자랄 수 있다. 아이가 감정을 배울 수 있는 결정적 시기는 만 3세까지인데 이 시기에는 변연계(정서를 담당하는 뇌 영역)의 신경회로가 급속히 발달한다.

이런 정서 발달의 중요한 시기에 심하게 야단을 맞거나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변연계가 손상돼 성인이 된 후에도 변연계에서 비정상 뇌파가 관찰된다. 폭력적이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문제아 대부분이 어린 시절 엄마가 소리를 지르고 때리는 행동을 많이 보여 주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말이나 매로 적절히 혼내는 것이 효과적일 때는 아이가 자기 행동의 잘잘못을 따질 줄 알게 되는 만 6, 7세경부터다. 이땐 아이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벌을 주는 게 효과적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소리는 크되 별로 아프지 않은 체벌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어른들 성질대로 아이를 아프고 고통스럽게 만들며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은 체벌이 아니라 폭력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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