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장관, 유엔사무총장 선출 가능성과 경쟁 후보들

  • 입력 2006년 2월 14일 12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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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되기 위해서는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벽을 넘어야 한다.

공식 임명은 191개 회원국의 집합체인 유엔 총회에서 이루어지지만 이에 앞서 안보리의 추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거부권을 갖고 있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 이른바 P5 가운데 어느 국가의 반대도 사지 않아야 한다.

현재 반 장관에 대한 P5의 거부감은 표출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P5의 적극적인 지지도 중요하지만 P5 가운데 어느 한 나라로부터도 '빨간 딱지'를 받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반 장관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50대 50"이라고 했다. 외교부 일각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50%를 넘는 게 아니냐는 기대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반 장관이 공식 출마 선언을 하기 앞서 정부가 다각적인 접촉을 벌인 결과 "최소한 반대한다거나 거부감을 표시한 나라는 없었다"며 "한마디로 해볼만 하다는 게 우리의 평가"라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유엔본부 주변에서는 당선 가능성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도 모른다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현 단계에서는 후보자는 물론, 키를 쥔 P5 당사자들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주 유엔대표부의 오준 차석대사는 "반 장관의 자질과 경륜에 대해 유엔 내부에 좋은 평가가 있고 이번 사무총장은 아시아에서 나와야 한다는 데 다수 국가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반 장관도 유력한 후보의 하나로 거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사실상 유엔사무총장은 P5의 협의로 선출되는 등 다른 어떤 국제기구와 달리 선출방식이 독특해 어느 정도 승산이 있느냐를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뉴욕타임스는 과거의 사무총장 선출사만 감안한다면 현재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은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스웨덴 외교장관을 지낸 다그 함마르셸드는 1953년 4월 1일 자신이 유엔사무총장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 자신이 후보자인 줄도 몰랐을 정도였다는 것. 이후 유엔사무총장은 항상 공개적으로 거명되지 않은 인사가 선임됐다는 것.

실제로 이미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이외에도 많은 경쟁자들이 야심을 감춘 채 은밀히 사무총장 레이스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게 유엔 주변의 관측.

따라서 유력 경쟁 후보의 윤곽 조차 드러나지 않은 현 상태에서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유엔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편 유엔 사무총장직 도전을 선언한 반 장관과 현재 경쟁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은 태국의 수라키앗 사티라타이 부총리, 스리랑카의 자얀티 다나팔라 전 유엔 사무차장 등.

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후보는 태국의 수라키앗 부총리. 그는 이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집단 지지를 이끌어낸 데 이어 최근에는 아프리카를 누비며 바닥표를 훑고 있다.

현재 그가 확보한 표는 유엔 회원국 191개 가운데 110표에 이른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선거운동은 정작 결정권을 쥐고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P5)들에게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유엔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수라키앗 부총리가 중도 하차하고 고촉동(吳作棟) 전 싱가포르 총리가 아세안의 '대타'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스리랑카의 자얀티 다나팔라는 군축담당 유엔 사무차장을 지내고 주미 공사도 지낸 인물.

다나팔라 전 사무차장은 지난달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대량살상무기를 규제하는 데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한 유엔은 마비 상태"라며 유엔 개혁을 역설하는 등 열심히 얼굴을 알리고 있다.

이들을 포함, 자천타천으로 총장직 출마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거론되는 인사는 10여명이나 된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동티모르의 호세 라모스 호르타 외교장관은 현재 선거전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유엔 안보리가 자신을 지목해 준다면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터키 재무장관을 지내고 현재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는 케말 데르비스, 동유럽에서는 라트비아의 바이라 비케프라이베르가 대통령, 폴란드의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예프스키 대통령 등이 잠재적인 사무총장 후보 출마 가능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이밖에 요르단의 제이드 후세인 왕자, 유엔총회 의장을 지낸 얀 엘리아슨 스웨덴 외교관, 캐나다 대법관을 지낸 루이스 아버 유엔 고등판무관 등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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