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저리 타임]히딩크와 아드보카트 닮았지만 많이 다르다

  • 입력 2006년 2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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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과거의 좋은 기억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창출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좋은 예다. 히딩크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움베르투 코엘류와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자 “히딩크 감독을 다시 영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역대 월드컵에서 1승도 못한 한국을 16강을 넘어 4강까지 이끌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0월 한국에 온 딕 아드보카트 감독. 그의 지휘 아래 대표팀이 나날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 국내에선 그를 통해 ‘히딩크 향수’에 젖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아드보카트와 히딩크는 닮은 꼴’이라며 축구협회는 물론 팬들 사이에서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홍명보 코치를 비롯해 이운재 이천수 등 2002 월드컵 멤버들도 “감독님은 훌륭하다. 믿고 따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분명 명장은 있다. 독일 월드컵이 끝난 뒤 잉글랜드대표팀 사령탑에 오를 것이란 보도가 줄을 잇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적인 명장이다. 그는 한국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끌었고 지난해 11월엔 호주 대표팀을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려 놓는 등 진가를 발휘했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강호 네덜란드의 사령탑을 두 번이나 맡았을 정도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카리스마와 용병술이 뛰어나고 팀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잘 알고 있다”고 평가한다.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거나 경기 때 전술을 운용하는 것을 봐도 히딩크 감독과 비슷한 점이 많이 있긴 하다.

하지만 너무 일찍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한 환상에 빠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이미 검증이 됐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6월 독일에서 검증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드보카트 감독 자신도 “지금은 과정일 뿐 본선이 중요하다. 차분히 지켜봐 달라”고 말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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