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김재걸 시리즈’에 누가 맞설까

  • 입력 2005년 10월 18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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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에인절스의 블라디미르 게레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다.

몬트리올 시절인 2002년에는 호타준족의 상징인 ‘40홈런-40도루’에 불과 홈런 1개가 모자랐고 올해까지 최근 8년간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 이상 동시 달성을 7차례나 기록했다.

하지만 게레로는 17일 1승 후 4연패로 막을 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선 20타수 1안타로 타율 0.050에 머무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그는 3연패로 끝난 지난해 보스턴과의 디비전시리즈에서도 1홈런 6타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타율은 0.167에 그쳐 리그 최우수선수의 명예에 금이 갔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은 게레로를 전 뉴욕 양키스의 슬러거 데이브 윈필드에 비유하며 ‘10월의 실패자’ 명단에 넣었다. 윈필드는 1981년 LA 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타율 0.086에 홈런 없이 3타점에 그쳤다.

‘강심장, 새가슴’이란 말이 생긴 것은 이처럼 큰 경기에서 선수들의 명암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올해는 국내에서도 유난히 ‘10월의 사나이’들이 양산돼 눈길을 끈다.

삼성 김재걸이 대표적인 경우. 억대 스타가 즐비한 삼성에서 입단 11년째가 되도록 연봉 6500만 원에 머물고 있는 백업 2루수 김재걸은 한국시리즈 1차전 동점, 역전타와 2차전 끝내기 결승 득점을 비롯해 5안타 2볼넷을 얻었다. 반면 옵션을 포함하면 연봉이 최대 7억5000만 원에 이르는 심정수는 8타수 1안타에 그쳤다.

플레이오프에선 두산 전상렬, 준플레이오프에선 한화 고동진이 깜짝 스타로 등장했다. 또 두산 안경현은 프로 14년간 정규 시즌 홈런은 101개인 반면 포스트시즌에선 9개의 홈런을 날려 이 부문 5위에 올라 있다.

그러고 보면 예전 해태의 ‘V9’ 신화를 선봉에서 이끈 이는 솔직히 선동렬 삼성 감독이 아닌 ‘가을 까치’ 김정수와 문희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삼성이 2승을 먼저 따내긴 했지만 아직 승부는 끝난 게 아니다. 남은 시리즈에선 어떤 예상하지 못한 선수가 등장할 것인지. ‘가을의 고전’을 감상하는 또 다른 묘미가 될 것이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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