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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압사사고]‘선착순’ 자리 잡으려 5000여명 우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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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압사사고]‘선착순’ 자리 잡으려 5000여명 우르르

입력 2005-10-04 03:05수정 2009-10-0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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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부상자 후송
3일 경북 상주시 계산동 상주시민운동장 직3문 안쪽 운동장 트랙에서 구급 대원들이 부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많은 사람이 숨진 뒤였다. 사진 제공 영남일보

대형 압사사고가 발생한 경북 상주시 시민운동장 직3문 주변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사망자와 부상자의 신발과 모자 등 소지품이 출입문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참변을 면한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믿기지 않는 사고 현장 모습에 고개를 흔들었다.

▽사고 상황=시민운동장에 관중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낮 12시부터. 제3회 상주 자전거축제의 마지막 날 행사인 MBC 가요콘서트를 보기 위해서였다.

상주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대형 콘서트가 열리자 상주시뿐 아니라 주변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오후 5시가 넘었을 때는 1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운동장 주변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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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운동장 출입문 4개 중 주최 측이 유일하게 열기로 했던 직3문 주변에는 ‘선착순 입장’으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던 노약자와 어린이 등 5000여 명이 몰려 있었다.

오후 5시 50분경 출입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남보다 빨리 들어가려고 움직이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사람들을 한 줄로 세워야 하는데 줄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 바람에 현장은 무질서 그 자체였다.

주최 측이 내빈만 이용 가능한 본부석 출입구를 통해 일부 공무원의 가족을 먼저 입장시키자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일부 관중이 서두르면서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앞쪽에 서 있던 노인과 어린이들은 뒤에서 많은 관중이 밀려들자 경사진 지점에서 넘어졌다.

노인 한두 사람이 쓰러지면서 “사람 살리라”고 비명을 질렀지만 뒤에서 밀고 들어오는 인파 때문에 바로 뒷사람도 잇따라 넘어졌다.

이런 상황이 10여 분 동안 계속되다가 넘어진 사람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뒤에서 밀어도 더는 밀리지 않으면서 겨우 멈췄다.

주최 측이 내빈만 이용 가능한 본부석 출입구를 통해 일부 공무원의 가족을 먼저 입장시키자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일부 관중이 서두르면서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구조 작업=사고 당시 현장에는 구급 요원이 없었다. 119 구조대는 공연이 시작되는 오후 7시경에야 배치될 예정이었다.

경찰 30여 명과 MBC 용역경비 업체 직원 70여 명이 운동장 주변에 있었지만 손을 쓰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용역 업체 직원은 상당수가 아르바이트생이어서 비상상황이 닥치자 당황했다.

긴급 연락을 받고 119 구급대가 도착했으나 출입문 주변에 1만여 명의 관중이 몰려 있어 구조가 늦어졌다.

직3문 주변은 관중이 신고 온 운동화와 슬리퍼 20여 켤레와 과일이 든 비닐봉지, 가방, 잠바 등의 옷가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시민운동장 직3문은 두께 5cm의 강철문이지만 압사사고 당시 5000여 명의 관중이 한꺼번에 몰리며 문 전체가 휘어져 있었다.

119 구급대는 운동장 여기저기에 쓰러진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맥을 짚어 봤다.

쓰러진 사람들은 대부분 얼굴에 심한 멍이 든 상태였다. 간신히 숨을 쉬는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구급차가 도착하는 대로 경상자는 빼고 중상자를 먼저 이송했다.

이날 행사를 지원한 상주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행사 시작 전 관중이 몰려 출입문 입구가 극도로 혼잡해져 주최 측에 출입문을 열라고 요청했지만 리허설 중이라서 문을 열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거듭된 출입문 개방 요청에도 불구하고 방송사 관계자는 ‘우리가 책임질 테니, 괜찮다’는 말만 하면서 응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상주=특별취재팀

▼1만명 행사에 안전요원 고작 100여명▼

이번 사고 역시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였다.

1만여 명이 참석하는 초대형 행사였는데도 안전대책이 부실해 순식간에 노인과 어린이 1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달 가요콘서트를 관람했다는 한 시민은 참사 후 “과거부터 계속된 무질서한 현장과 미숙한 행사 진행으로 어차피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예고된 인재”라고 지적했다.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날 행사는 입장권이 없는 선착순 자리잡기 방식이었기 때문에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주최 측은 시민운동장 스탠드와 잔디밭에 2만 개의 좌석을 마련했다.

하지만 선착순으로 표를 나눠 주는 등의 대비책이 없었고 시민들을 줄지어 차례로 입장시키는 현장 안전요원도 턱없이 부족했다.

또 사고가 난 시민운동장 직3문 진입로는 아래로 경사가 져 있기 때문에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입장할 경우 앞에 있는 사람들이 낮은 곳으로 쓰러지면 뒤의 사람들도 줄줄이 넘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게다가 입장문이 열릴 경우 몇 시간씩 기다리다 지친 시민들이 먼저 자리를 잡기 위해 무질서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주최 측은 100여 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했으나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이 중 일부는 전문성이 부족한 아르바이트 대학생들로 이날 오전 열린 ‘전국 MTB자전거대회’에서 경비를 서다 뒤늦게 투입됐다. 안전요원이 턱없이 모자랐고 사전에 충분한 안전교육을 시키지도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행사를 주최한 국제문화진흥협회 관계자는 “경찰 230여 명을 지원해 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한 반면, 현지 경찰 관계자는 “주최 측에서 ‘우리 인력만으로도 충분하니 경찰은 최소한의 인력만 보내 주면 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도 그랬다”=지난달 전남 광양시 중동체육공원의 가요콘서트 공연장을 찾았다는 누리꾼 허모 씨는 이번 사고 직후 가요콘서트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그럴 줄 알았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순천시 여수시 등 곳곳에서 사람들이 3만여 명이나 모였으나 경찰의 지시나 어디로 줄을 서라는 말도 없었다”며 “줄은 처음부터 엉망이었고 한 아주머니가 ‘우리 애 죽는다’고 외쳐 경찰이 아이를 담으로 넘기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의 참사에 대해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무료 공연에 선착순 입장이면 좌석 티켓을 배포하거나 지정좌석제로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런 기본적 원칙도 지키지 않은 게 사고가 커진 원인이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망자 명단

△최수연(76·여) △채종순(72·여) △김인심(67·여) △이순임(66·여) △노완식(64·여) △김경자(63·여) △구귀출(63·여) △우인옥(54·여) △황인목(14) △황인규(12) △이위승(7)

▼특별취재팀▼

▽사회부=최성진 기자 정용균 기자 이권효 기자 이재명 기자 문병기 기자

▽사진부=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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