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노조 생뚱맞은 요구에 직원들까지 비난

  • 입력 2005년 7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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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할 때 영어 잘못하면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데 영어시험 안 보게 해 달라는 게 말이 되는가.”

“토익 630점 받기 힘들어서 그런 요구를 하나. 창피하다.”

“음주 및 약물측정을 거부하겠다는 말은 또 뭔가.”

아시아나항공의 사내 커뮤니티 ‘텔레피아’의 ‘나의 제안’에 올라온 글들이다. ‘나의 제안’은 아시아나항공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이용하는 일종의 자유게시판.

파업이 시작된 뒤 18일에는 450건, 19일 오전에도 200여 건의 글이 올라왔다. 조종사 노조의 파업을 비난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특히 사회 통념을 벗어난 조종사 노조의 일부 요구에 격분한 직원이 많다.

조종사 노조의 78가지 요구사항 가운데는 ‘현행 영어자격지침 무효(승격할 때 토익 630점 이상)’와 ‘알코올 및 약물검사를 사고 후, 임무 후로 제한’ ‘탑승권 없이 조종실 탑승’ 같은 것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 이학주 대변인은 “관제영어시험이면 몰라도 생활영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수시 음주검사 거부에 대해서도 “조종사를 용의자 선상에 놓고 보는 기분 나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토익 630점 이상은 아시아나항공 모든 직원의 진급 필수조건 가운데 하나. 비행 전 음주검사와 조종실 출입 통제도 승객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노조 측은 “핵심 쟁점은 아니다”고 하지만 “승객의 안전을 위해 파업한다”는 대의명분이 무색한 요구사항들이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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