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환자 줄기세포 첫 추출]“동물실험만 남았다”

  • 입력 2005년 5월 20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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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
황우석 교수.
“동물실험을 제외하고는 모든 성공을 거뒀다.”

난치병 환자에게서 떼어낸 체세포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한 황우석(黃禹錫) 교수팀의 이번 연구 성과는 황 교수의 이 한마디에 잘 압축돼 있다.

환자 자신의 체세포(정자와 난자를 제외한 신체의 모든 세포)를 이용했기 때문에 줄기세포를 원하는 부위에 이식해도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

남은 과제는 이 줄기세포를 원숭이 등 동물에게 이식해 원하는 장기 세포로 자라는지 확인하는 일과 부작용을 점검하는 일이다.

○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 복제

연구팀은 2∼56세의 남녀 환자 11명의 복부 표면에서 체세포를 떼어냈다. 대상 환자는 척수손상(10∼56세) 9명, 소아당뇨(6세) 1명, 선천성 면역결핍증(2세) 1명이었다.

이와 함께 여성 18명에게 과(過)배란을 유도해 난자 185개를 얻었다. 30세 미만 여성 10명으로부터 125개, 30세 이상 8명에게서 60개가 준비됐다.

이후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이를 환자로부터 얻은 체세포와 융합시켰다(복제).

이 복제된 배아를 4, 5일 배양하면 내부 한쪽에 세포덩어리가 형성되는 배반포기 단계에 이른다.

연구팀은 31개의 배반포기 배아에서 이 세포덩어리를 떼어내 줄기세포 11종류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줄기세포가 환자와 면역학적으로 완전히 일치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 다양한 연령대 남녀 실험 참여

연구팀은 지난해에 비해 실험 성공률을 10배 이상 높였다. 지난해 황 교수팀은 16명의 여성으로부터 난자 242개를 제공받았다. 이 가운데 단 한 건만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185개 난자에서 11종류의 줄기세포를 얻는 성과를 거뒀다.

황 교수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실험에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도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 실용화 시기 단정하기 어렵다

이론적으로는 이번에 추출한 줄기세포를 환자의 손상 부위에 이식하면 건강한 세포로 자라나 질병을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소한 10년은 기다려야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연구에 참여한 이병천(李柄千) 서울대 수의대 교수도 “줄기세포의 실용화 시기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이언스’는 이번 줄기세포를 곧바로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몇 단계 난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줄기세포를 원하는 장기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 모자란다. 황 교수팀은 이번에 얻은 줄기세포가 피부, 근육, 위장 등 다양한 장기 세포로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환자의 손상 부위에 딱 들어맞는 한 종류만으로 분화시키는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예를 들어 피부세포를 원하는데 뼈나 근육으로 자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원하는 세포로 자랐어도 줄기세포가 무한하게 분열하면 암이 발생할 수 있다.

환자의 체세포를 사용했기 때문에 과연 그 체세포로부터 얻은 줄기세포가 건강할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체세포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여러 시약이 사람이 아닌 동물에서 추출한 효소와 혈청 성분이라는 점도 한계다. 다양한 동물실험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황 교수팀의 향후 과제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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