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기술 어떻게 됐나]인공씨감자

  • 입력 2005년 2월 17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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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생명공학연구소 정혁 박사팀이 인공씨감자 대량 생산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씨감자는 질병이 없는 우량 종자로 기존 씨감자는 토양에서 키운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인 반면, 정 박사팀이 개발한 인공씨감자는 특수 배양액에서 콩알만 한 크기로 키운 것이다.

○ 17개국서 특허 등록

인공씨감자를 단기간에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이 기술은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17개국에 특허 등록됐으며 1998년 대한민국특허기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또 미국과 유럽의 감자학회에서 획기적 기술이란 평가를 받았고 특히 세계 제1의 감자 생산국인 중국이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감자는 세계 4대 주요작물 중 하나라 상업적인 인공씨감자의 개발은 우리나라에 경제적 이득과 함께 농업선진국으로 부상할 기틀을 마련해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이 기술은 국내에서 상업화에 실패한 채 캐나다의 한 벤처기업에 기술 이전이 된 상태다.

정혁 박사는 “1991년 개발은 실내 배양실에서 대량 생산하는 핵심원리에 대한 것이었다”며 “그 뒤 인공씨감자를 실제 농지에 적용하기 위한 보완 연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연구비는 1989년부터 10년간 18억원 정도가 소요됐다.

정 박사팀은 실험실 규모에서 연간 300만개의 인공씨감자를 생산했다. 인공씨감자의 가능성을 확인한 후 1992년부터 국내기업에 관련 기술의 이전을 시도했다. 중소기업 2곳을 거쳐 1996년부터는 대상그룹과 손잡고 인공씨감자 실용화를 추진했다.

○ 외환위기로 국내기업 손 놔

대상은 우리나라와 중국에서의 대규모 상업화를 염두에 두고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제주도 30만평에 배양공장을 건설했다. 또 중국의 여러 곳에서는 시험 재배도 했다. 하지만 1997년부터 밀어닥친 외환위기를 돌파하지 못했다.

국내 기업이 좀더 적극적으로 실용화에 나서지 못한 한 가지 이유는 쌀이나 감자 같은 주식작물의 종자를 정부에서 구매해 싼값으로 공급해온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인공씨감자를 상업화하는 데 성공한다 해도 정부가 기존의 씨감자를 훨씬 저렴하게 제공하는 이상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큰 이득을 남기기 힘들다. 따라서 인공씨감자를 포함한 국내 종자 시장에 기업이 발붙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우리의 인공씨감자 기술은 2003년 캐나다의 바이오벤처 ‘팬바이오텍’에 이전돼 해외에서 상업화가 시도되고 있다. 팬바이오텍은 북미와 중국 시장을 노리고 캐나다 밴쿠버에 배양공장을 지었고 중국 북경에 배양공장을 건설 중이다.

캐나다 기업이 인공씨감자를 상업화시키는 데 성공하면 정 박사팀은 매출의 3% 정도를 기술료로 받을 전망이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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