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일자리 찾기]<4>외식업 진출하려면

  • 입력 2005년 1월 26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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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의 쌍봉복지관과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한식과 생활요리 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연희 씨(48)는 적지 않은 나이에 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특별한 직장 경력이 없지만 평소 요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후배의 권유로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3개월 과정의 한식조리사 교육을 받아 강사로 취업할 수 있었다. 한달 수입은 평균 70만∼80만 원 으로 많지 않지만 가계에는 적잖은 도움이 된다.

요리강사 2년차로 접어들고 있는 이 씨는 “요리분야는 주부의 연륜이 실무 경험으로 활용될 수 있어 전문가가 아니라도 충분히 취업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외식분야는 주부의 경쟁력을 앞세울 수 있어 재취업에 대한 인기가 높다.

여성인력개발센터는 “교육생의 재취업률이 40%로 다른 분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집안에서 매일 요리하는 것과는 달리 전문지식을 갖추기 위해 자격증을 따는 것이 필수 코스로 등장하고 있다.》

▽급식조리사 노려볼 만하다=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오지 않고 급식으로 대신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급식은 현대푸드시스템과 아워홈 등 단체 급식업체가 주로 맡는다.

급식업체는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하며 나이 제한 없이 1년에 100여 명 이상의 급식조리사를 뽑는다. 따라서 조리사 자격증 취득이 필수이며 자격증만 있으면 기혼 여성도 충분히 지원이 가능하다. 초임은 연봉 1500만 원 이상이며 인턴 과정을 마치면 급여가 더 올라간다.

조리사는 음식 조리와 배식 업무를 맡는데 최근에는 급식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급식실의 청소와 소독, 위생관리 업무도 포함된다.

음식을 만들 때는 영양사가 구성한 식단에 따르며 전반적인 관리·감독을 받는다. 근무시간은 하루 8∼10시간, 연봉은 1400만∼1600만 원 수준이다.

▽출장요리사의 길은=요리 관련 자격증을 따면 개인 음식점의 주방에 들어가는 사례가 많지만 직업 안정성이 낮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출장요리사 수요가 많이 늘고 있다.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나면 회원제로 교육생을 관리해 전문 프리랜서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준다.

출장요리사로 일하려면 처음 1년은 요리사 보조업무를 통해 경력을 쌓아야 한다. 수입은 일을 얼마큼 맡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한번 출장 시 10만∼30만 원을 받는다.

입소문을 통해 일감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손님을 대하는 태도와 인맥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관심 많아져=수요가 많지 않지만 이색적이면서도 전문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부들의 관심이 높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음식을 좀 더 맛있고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요리와 잘 어울리는 그릇과 소품을 사용해서 예쁘게 담아내는 일을 한다.

특히 요리에 대한 문화적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신문 또는 잡지의 요리코너, TV 광고, 전문 요리 서적, TV 요리 프로그램이나 영화 속 요리 꾸미기 등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다. 푸드코디아카데미 등 사설 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유리하며 프리랜서 형태로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마다 수입은 크게 다르다. 교육비용은 3개월 과정에 30만∼50만 원.

▽소규모 창업도 가능=대구에 사는 박상연 씨(53)는 결혼 후 외식업에 대한 관심을 살려 오랫동안 창업을 준비했다. 한식 및 양식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1년 동안 보조요리사로 일한 박 씨는 12년 동안 출장요리사와 요리강사로 활동했다. 오랜 경험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알아냈고 작년 8월 대구에서 ‘장어전문 요리점’을 열었다.

하지만 창업은 단순히 요리 지식만 갖고는 성공할 수 없다.

가게의 위치 선정과 내부 장식, 주요 고객층 설정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 확률이 더 높다.

온라인 취업포털 잡링크(www.joblink.co.kr)의 한현숙 사장은 “외식 분야는 주부의 연륜이 경쟁력이 될 수 있지만 노동 강도가 세고 항상 자기계발에 몰두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조리사 2년차 박기숙씨…한식 - 양식 - 일식 자격증 취득▼

“재테크보다 더 확실한 노후 대비는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울산 ‘가족문화센터’에서 2년째 조리사로 일하고 있는 박기숙 씨(41·사진)의 지론이다.

한 회사에서 경리업무를 하던 박 씨는 결혼 이후 전업주부로 지내왔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행여 구조조정 대상이 될까 스트레스를 받는 남편을 보면서 박 씨는 자신도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익혀야겠다고 생각했다.

박 씨는 울산인력개발센터의 가정요리 교육 프로그램 과정에 등록했다. 수강료는 사설 요리학원의 절반 정도였다. 내친 김에 한식 양식 일식 등 3개의 요리사 자격증을 땄다.

“처음에 자격증 시험에 떨어졌어요. 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1998년 봄 처음으로 한식 자격증을 따고 나니 재미가 붙더군요.”

박 씨는 2000년부터 결혼식 폐백 음식을 만드는 프리랜서 출장요리사로 일했다. 일거리는 인력개발센터의 소개로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결혼 비수기’인 여름 겨울에는 일이 없어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았다.

“2001년 초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갔다가 학교 급식소에서 조리보조원을 뽑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실 재료 다듬고 하는 힘든 일이라 망설였지만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하기로 했어요. 처음부터 영양사나 조리사가 될 수는 없었으니까요.”

박 씨는 2002년 6월 주민 상대로 문화강좌를 하는 가족문화센터에서 조리사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문화센터 식당에서 식단 짜기, 음식재료 발주, 조리보조원 관리 등의 일을 총괄한다. 요리 솜씨만 좋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학교에서 조리보조원으로 일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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