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바시 요이치 칼럼]日本이 유엔상임이사국 되려면

  • 입력 2004년 12월 16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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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인간 사회를 천국으로 이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옥으로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창설의 아버지인 2대 유엔사무총장 더그 하마휄드의 말이다.

유엔이 지옥행을 막은 예는 많다. 특정 국가의 다른 나라 침략을 차단했고 덕분에 지구촌 곳곳에서 탈식민지화와 민주화가 진전됐다. 유엔이 이런 국제환경 변화를 직접 만들어내지 않았다 해도 그런 변화를 재촉한 것만은 틀림없다.

지옥에 떨어진 경우도 많다. 특히 냉전 종식 후 인종청소와 집단학살을 막지 못했다. 보스니아와 르완다가 대표적이다. 테러, 대량파괴무기, 불량국가가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라크 위기 때 미국의 독선적 선제공격론에 맞설 대안을 내놓지 못해 피차 상처를 입었다.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은 이를 위한 것이다. 일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려고 독일 인도 브라질 등과 함께 뛰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가 상임이사국이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뉴욕에서 만난 독일 외교관은 ‘작은 나라’와 ‘비핵보유국’의 이해관계를 두 가지 갈래로 설명했다.

첫째는 ‘상임이사국 확대는 안보리의 책임을 높여 주고 현재 95%를 비공개로 하고 있는 논의를 투명하게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상임이사국이 모두 핵보유국이라 비핵보유국의 시각을 반영하기 어려운데 기구 개혁을 하면 비핵보유국 입장에서 군비축소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 독일 등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정당성을 갖춘 데다 유엔의 정통성 회복에도 좋다는 논리이다.

군비 축소, 특히 핵 군축에선 시점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의 상임이사국 대부분이 핵을 국제정치상 힘과 지위의 상징으로 보는 ‘핵 신앙’에 빠져 있다 보니 이들 문제를 귀찮게 여기고 있다. 이럴수록 일본의 역할은 크다. 핵 비확산과 핵 군축을 동시에 진행하면 핵 신앙 타파도 가능하다.

일본의 또 다른 역할은 패전의 황폐함을 극복하고 이룬 국가 재건과 평화국가 건설, 국제사회 복귀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는 것이다. 일본은 분쟁을 막는 전투행위에는 참가할 수 없지만 분쟁 후의 평화 정착, 분쟁 예방의 평화환경 만들기에는 공헌할 수 있다. ‘세계 민생 대국’으로서의 힘은 캄보디아(지뢰 제거) 동티모르(인프라 정비) 아프가니스탄(무기 회수) 등에서 이미 실증됐다.

국력이나 분담금 규모로 보나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당연하다는 자만은 버려야 한다. PKO 활동은 세계 59위(골란고원 파견 45명), 정부 개발도상국 원조(ODA) 예산은 5년 연속 삭감, 역사문제에서는 인근 국가와의 비정상적 관계, 대미 추종, 이런 일본의 이미지가 세계에는 엄연히 존재한다.

마크 브라운 유엔 개발계획 총재는 “일본이 ODA를 계속 줄이면서 상임이사국 가입을 원하는 것은 국제사회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필자에게 말했다.

일본은 자신의 구상을 세계에 더욱 알려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국가 재건 지원을 위한 일본의 사명과 역할을 더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외교는 일본이 세계인들의 이해와 공감을 얼마나 얻고 있는가를 재는 시금석이다. 또한 세계 민생 대국으로서 자화상, 결국 일본의 전후 경험의 의미와 의의, 그 계승방식을 묻는 것이기도 하다.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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