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연구회 “신문 시장점유율 제한 세계 유례없어”

  • 입력 2004년 9월 17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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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언론학자들의 모임인 한국언론연구회가 17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국화실에서 주최한 ‘한국 언론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열린우리당의 신문법안과 현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원대연기자
원로 언론학자들의 모임인 한국언론연구회가 17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국화실에서 주최한 ‘한국 언론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열린우리당의 신문법안과 현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원대연기자
“권력의 강압적인 개혁은 정당성을 지닐 수 없으며 개혁이 아니라 탄압이라는 진리는 변함이 없다. 오늘의 ‘언론개혁’도 권력과 친여 시민단체가 주도해 강행한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결말을 가져올 것이다.”(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언론 개혁이 곧 신문 개혁이고, 신문 개혁이 메이저 신문을 견제하려는 것이라면 이는 성공할 수 없다.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메이저 신문에 대한 사적 분노의 표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이광재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원로 언론학자들의 모임인 한국언론연구회(회장 김동철·金東喆 이화여대 명예교수) 주최로 1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언론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신문법(가칭)에 대한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정진석(鄭晋錫) 교수는 발표문 ‘언론개혁의 논리와 현실’에서 신문사 사주의 소유 지분 제한 등 신문법안(가칭)이 논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광재(李光宰) 교수는 발표문 ‘노무현(盧武鉉)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의 특성’을 통해 현 정부의 언론 정책를 비판했다.

최정호(崔禎鎬) 울산대 석좌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김지운(金芝雲) 성균관대 명예교수, 조용중(趙庸中) 전 고려대 석좌교수, 남시욱(南時旭) 세종대 석좌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신문사 사주의 소유 지분 제한=정 교수는 “사주나 경영진이 종사자들에게 부당한 간섭을 못하도록 하는 장치는 필요하지만 신문사 주식의 소유 지분 제한 입법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도 신문사 사주의 소유 지분을 제한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정 교수는 밝혔다.

남 교수는 “신문사의 소유 지분을 주주 1명당 15∼30% 이하로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면 최소한 4∼7명의 주주가 있어야 신문사를 설립할 수 있는 제도를 강제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런 발상은 국제 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점유율 제한=정 교수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한 신문사가 경쟁사를 인수 합병해 인위적으로 신문 시장을 개편하는 경우에 한해 시장 점유율을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개별 신문사가 독자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미국 영국 독일 등은 신문의 시장 점유율 제한에 대한 규정이 없으며 정부 개입보다 시장의 자유 경쟁을 통한 의견의 다양성 보호에 치중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신문의 발행 부수가 질적 우수성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세계적인 권위지는 100만부 미만의 발행 부수를 가지고도 그보다 몇 배나 많은 부수를 발행하는 대중 신문보다 큰 영향력을 지닌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신문법안처럼 발행부수(시장 점유율)의 과다가 여론 시장을 지배한다는 전제 아래 이를 제한하려는 것은 논리에 어긋나며 세계적으로도 없는 제도라는 것이다.

조 전 교수는 “일본은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등 유력 3사의 점유율이 80%를 넘지만 신문 시장을 인위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은 나오지 않는다”며 “그런 정치적 주장이 불러올 부메랑 효과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지운 교수도 “신문사의 시장 점유율 제한은 시장의 자유 경쟁 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신문 독자들의 선택권과 알 권리를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 개혁을 위한 제언=이 교수는 참여정부 출범을 전후로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자리에서 밝혀온 메이저 신문에 관한 적대적인 언론관을 정리한 뒤 “현 정부는 재야나 야당 시절의 힘없는 집단이 아니라 최고의 권력을 가진 집단이므로 정부가 먼저 대승적 차원에서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또 “방송과 통신 융합에 대해 10여년간 논의만 했을 뿐 실질적 진전은 이뤄내지 못했다”며 “언론 정책은 이런 곳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방송의 중립성 여부와 경영의 비효율성을 뒤로 제쳐둔 언론 개혁은 공허하다. 좌파적 시각을 확산하고 권력의 편에 선 공영방송은 시급히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도 “방송이 더 이상 정권의 선전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개혁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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