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정성희/주5일 근무와 일자리 나누기

  • 입력 2004년 7월 11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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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god(goodness). It's Friday!’

‘감사합니다. 하느님. 금요일입니다.’

7월 1일부터 주5일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계 가족레스토랑의 이름인 ‘T.G.I. Friday's’가 원래 이런 뜻이라고 한다.

주5일 근무가 정착된 외국에서 금요일이 갖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인 것 같다.

이달부터 공공부문과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의 주40시간 근무가 의무화되면서 우리도 공식적으로는 ‘금요일 주말시대’를 열었지만 아직은 금요일에 이런 상쾌한 기분을 맛보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보인다.

우선 주5일 근무제 도입 의무화 대상 기업 중 노사협의가 끝난 곳이 많지 않다. 공공부문은 282개 기업 중 242개인 85.1%가 노사협의를 끝냈지만 종업원 1000명 이상 민간기업은 426개 중 183개(43%)만이 노사가 주5일 근무제에 합의했다.

도입 비율이 낮은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주5일 근무제가 ‘고임금’과 ‘휴가’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만 부풀려 놓았을 뿐 당초의 중요한 도입 목적인 고용창출이나 경기부양에 관한 어떤 긍정적 신호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긍정적 신호는커녕 유례없이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노사분규의 새로운 불씨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사분규는 대부분 임금보전과 초과근무수당 등 ‘돈 문제’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공공부문인 지하철노조의 경우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인원충원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있지만 사실은 임금 인상이 더 핵심적인 이슈다.

이미 주5일 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일부 기업에서는 근로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기는커녕 초과근무수당을 받기 위해 주말이나 휴일 근무를 자원하는 근로자가 늘고 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주5일 근무제는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과 기업경영, 국민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전기임에 틀림없다. 특히 신규 고용창출과 소비 진작을 통해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은 정부가 주5일 근무 도입을 서둘렀던 가장 큰 이유였다.

마르틴 오브리 사회노동장관의 이름을 딴 이른바 ‘오브리법’으로 세계에서 가장 적은 주35시간 근무를 채택한 프랑스의 경우 근무시간 감축조치와 함께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고용촉진 정책을 폈다.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러나 우리의 주5일 근무제 도입 과정에서는 일자리 나누기나 임금 나누기에 관한 어떤 징후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가 월 1회 이상 토요휴무제를 도입한 30인 이상 기업 229개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질문한 결과를 보더라도 ‘고용에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전체의 89.7%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원래 주5일 근무제의 본질은 ‘나눔’이다.

근로시간을 줄여 다른 사람과 일자리를 나누고, 수입을 나누고, 관심사를 나누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이 기업이나 근로자의 제몫 찾기로만 이용된다면 이는 우리 경제의 활로가 되기는커녕 또 다른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정성희 사회2부 차장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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