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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면 쓰레기, 먹으면 자투리, 그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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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면 쓰레기, 먹으면 자투리, 그게 사실입니다"

입력 2004-07-08 11:34수정 2009-10-0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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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만두 파동 한 달째가 지났지만 진실은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사이 신문 지면과 방송 화면은 이라크 테러의 화염으로 자욱해졌고, 국민들의 기억 속엔 만두에 대한 불결한 '이미지'만 각인됐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만두업계가 언론 보도에 책임을 묻고 나서면서 진실게임 2라운드가 시작되고 있다.

업계는 '불량만두' 보도에 대한 언론중재신청은 물론, 민형사상의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다.

만두소에 쓰인 단무지 자투리는 과연 쓰레기인가, 먹을 수 있는 식재료의 하나일 뿐인가.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만두소 업체에 단무지 자투리를 공급해온 단무지 공장을 찾았다.

불량만두 파동…단무지생산공장을 찾아서

경찰은 바로 이곳을 찍어갔다

단무지로 가공되기 직전의 무들. 이 곳에서 물에 담궈져 1차 탈염을 거친 무는 탈염기를 통해 2차 탈염된다.

지난 6월 말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남곡리의 양지식품.

취재진이 도착하자마자 이 업체 사장 이상영씨는 먼저 탈염(脫鹽) 시설로 잰 걸음을 옮겼다.

“여깁니다. 여기가 TV에 나온 쓰레기 무의 근원지예요. 경찰이 여길 촬영해간 거예요.”

이 사장이 가리킨 것은 방송 화면을 통해 눈에 익은 노란 쓰레기통. 쓰레기통 안에는 원재료 무의 염분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담겨있다.

단무지 탈염시설. 오른쪽 위의 선반 트레일러를 통해 단무지가 기계에 들어가면 기계 아래쪽 노란 박스로 무 껍질 등의 쓰레기가 모아진다. 경찰이 촬영한 쓰레기통은 바로 이 2개의 박스다.

거품과 함께 짠 냄새가 비릿했다. 단무지 공정 순서로 치면 맨 처음 발생하는 쓰레기다.

“세상에 이걸 어떻게 만두소로 씁니까. 이걸 (경찰이) 찍어간 거예요. 만두소로 안 쓴다고 아무리 얘길 해도, 그냥 자료로 찍는 거라면서...”

이 사장의 말이 점점 빨라졌다. 다음 공정으로 옮기는 그의 발걸음도 더욱 바빠졌다.

쓰레기와 음식 사이

염도를 낮춘 무는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공장 직원들이 직접 무의 위.아래 꽁지를 손으로 잘라내는 과정이다. 잘려나간 무 꽁지는 커다란 마대 자루에 담겨졌다. 여기서 두 번째 단무지 폐기물이 발생한다. 마대 자루는 물 젖은 공장 바닥에 그냥 방치돼 있었다. 자루 안에는 까맣게 속이 썩은 단무지도 보였다.

탈염과정을 거쳐 손으로 다듬어진 단무지. 물에 담궈진 단무지들은 모양을 내기 직전의 단계에 있다.

“여기 있는 꽁지 중 대부분은 먹어도 괜찮은 거예요. 솔직히 예전엔 이중 일부를 만두소 재료로 보낸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그냥 버리고, 그래서 마대 자루도 그냥 젖은 바닥에 놔뒀어요.”

경찰은 이 마대 자루 안의 단무지 꽁지도 촬영해 갔다고 한다. 이씨의 동생 수영씨는 “썩은 무를 위에 올려놓으라 해놓고 촬영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의 과정을 거친 단무지는 두 가지 모양으로 잘라진다.

둥근 반달 혹은 보름달 모양의 식당용 단무지와 길쭉한 모양의 김밥용 단무지가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 번째 '폐기물'이 발생한다. 길쭉하고 둥근 ‘모양’을 만들기 위해 잘려나간 것들이다. 말이 폐기물이지, 일상적으로 먹는 단무지와 모양만 다를뿐이다. 동생 수영씨는 “이 ‘자투리’ 단무지가 바로 만두소 공장으로 보내진다”고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만두소 재료로 보내지거나 ‘쓰레기’가 될 운명의 단무지들이다.

만두, 만두소와 단무지의 삼각관계

이 공장에서 하루에 사용하는 원재료 무는 3톤. 그 가운데 자투리 무는 300~400kg 정도 발생하고 이 자투리의 50%가 넘는 150~240kg 정도가 만두소업체로 보내진다.

반달형 모양을 내고 난 '자투리 단무지'가 마대 자루에 담겨있다. 반달형 단무지는 앞쪽에 모아져 있고 '잘려나간' 자투리는 마대 자루에 담는다.

형 상영씨는 만두소 업체 2곳에 무상으로 무를 제공했다고 한다.

“이걸 그대로 버리면 너무 아깝잖아요? 더구나 안먹고 그냥 버리면 쓰레기가 되는데, 폐기물 처리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요. 6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46만원 정도 들거든요. 그러니 만두소로 제공해서 폐기물 분량을 줄일 수밖에 없지요. 만두소 업체가 우리 편의를 봐주는 건데, 우리는 그냥 한 달에 1~2번 정도 만두소업체에 ‘만두 좀 갖다달라’고 해서 직원들끼리 나눠 먹곤 합니다. 우리가 보낸 단무지가 찜찜하면 그거 먹을 수 있겠어요.”

자투리 단무지(왼쪽)와 판매용 단무지(오른쪽)

그래도 ‘깨끗한 단무지’라면 돈을 받고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상영씨는 수요-공급의 원리로 설명했다.

만두소 업체에서 필요한 단무지 양보다 단무지 공장에서 나오는 자투리 단무지가 훨씬 많다는 것. 때문에 폐기물 비용을 줄이려는 단무지 업체끼리 ‘공짜 납품’ 경쟁이 붙는다고 한다.

“단무지 업계에도 경쟁이란 게 있는데, 만약 우리가 쓰레기 단무지를 공급했다면 경쟁업체에서 그동안 가만있었을 것 같습니까. 벌써 고발했겠지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요.”

‘문제없는 업체’… 경찰관이 써 준 확인서

이상영씨는 이번 경찰 수사에 자신들은 들러리라고 주장한다.

경찰이 타깃으로 삼은 ㅇ업체를 적발하면서 사건을 부풀리기 위해 애꿎은 업체들을 앞세웠다는 것.

동생 수영씨는 “명단 공개가 된 뒤 수사 경찰관이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 미안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사태가 확산되면서 양지식품의 거래처가 끊기자 경찰은 6월 9일 경찰청 박모 직원의 명의로 '단무지에 문제가 없다’는 확인서까지 써서 거래처에 줬다는 것.

이 공장은 경찰관의 확인서로 고속도로 휴게소 17 곳 중 13 곳과 다시 거래를 시작했다.

수영씨는 “경찰관이 '미안한 마음에 써 준다'고 말했다”며 “문제의 시작은 경찰이었지만 더 미운 곳은 언론”이라고 말했다.

“더 미운 건 언론, 끝까지 싸울 것”

70년대 중동에서 파견 노동자로 일했던 이씨 형제. 이들이 지난 81년 한국에 돌아와 처음 시작한 것이 단무지 사업이었다. 지난 23년 동안 단무지만을 만들면서 공장을 키워왔다. 동생 수영씨는“하루에 세 시간씩 자면서 영업망을 뚫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서울에 있던 공장을 이 곳 용인으로 옮긴 것도 인근 한 대형업체와 납품 계약을 맺으면서부터다.

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이 업체는 경찰관이 직접 써 준 확인서를 받아보고서도 거래를 끊어 버렸다. 급기야 형 수영씨는 얼마 전 갖고 있던 지방의 땅을 팔았다.

“기사 제대로 안 써주면 광고라도 내야죠. 광고비도 다 알아봤어요. 10억이 들건, 20억이 들건, 끝까지 싸울 겁니다. 진실을 밝혀내야지, 억울해서 어떻게 삽니까.”

하루 아침에 존폐 위기에 서게 된 이 형제는 지금 세상을 향해 진실 게임을 벌이고 있다.

김현 동아닷컴기자 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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