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한나라,朴친위-비판적 지지

  • 입력 2004년 5월 9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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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이후 한나라당의 당내 세력관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일단 ‘불개입’ 원칙을 내세워 당내의 각 세력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으나 원내대표 경선(19일)에 이어 새 대표를 선출할 6월 정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각 세력간의 합종연횡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수요 조찬 모임, 박 대표의 ‘전위대’인가?=미래연대 출신의 남경필(南景弼) 원희룡(元喜龍) 권영세(權寧世) 정병국(鄭柄國) 의원이 주축이다. 여기에 부산 출신인 박형준(朴亨埈) 김희정(金姬廷) 이성권(李成權) 초선 당선자 등이 가세하고 있다. 부산지역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권철현(權哲賢) 의원도 막후에서 이들을 돕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첫 공식 모임을 갖고 향후 당의 이념적 지향점을 개혁적 중도보수에 맞추고 당 체질 개선작업의 선봉에 서겠다고 자임했다.

매주 수요일 조찬 모임을 갖기로 해 ‘수요모임파’로도 불리는 이들은 국가보안법 개정에도 전향적이며 우편향 노선을 왼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궁극적으로는 박 대표의 ‘보수(補修)하는 보수(保守)’론과 맥이 닿아 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전위대’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모임 소속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은 대부분 지난해 6월 최병렬(崔秉烈) 대표 체제 출범 당시 친최(親崔) 입장이었다. 동시에 최병렬 체제를 와해시킨 선봉에도 섰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기회주의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여기에다 원내대표 경선을 둘러싸고 수도권 의원들은 5선 중진인 김덕룡(金德龍) 의원을 밀고 있으나 부산파 초선 당선자들은 권철현 의원을 지지하고 있어 분열 조짐도 있다.

▽국가발전전략연구회, ‘박 대표 비판적 지지’=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 수도권 3선급과 일부 초선 당선자들이 주축 멤버.

이들은 박 대표의 유연한 대여(對與) 노선에 불만을 갖고 있으나 박 대표에 대한 직접 공세는 자제하고 있다. ‘박근혜 흔들기’를 위한 정략적 음모로 비치는 것을 우려해서다. 다만 수요 조찬 모임 소속 의원들과의 노선 투쟁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이들은 집단지도체제가 분권형 시대 추세에 맞는 만큼 박 대표가 이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 의원은 “2002년 초 박 대표가 집단지도체제를 정치개혁의 화두로 던지지 않았느냐”며 “집단지도체제는 차기 주자군을 양성하는 ‘배양기’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3선급 의원들의 이 같은 주장에는 ‘자신의 정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당 지도부에 어떻게 해서든 진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집단지도체제가 유리하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의 대권 행보와 이 모임과의 관계설정도 주목된다. 이 시장은 이재오 홍준표 의원과, 손 지사는 김문수, 전재희(全在姬) 의원과 가깝기 때문이다.

이 시장과 손 지사는 당분간 박 대표의 ‘총선 공로’를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자칫 박 대표를 견제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만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손 지사가 최근 “박 대표가 대여 관계에서 너무 무른 것 아니냐”는 일부 의원들의 비판을 무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도파, ‘제3의 길’ 가나=수도권 출신인 박진(朴振) 임태희(任太熙) 의원 등은 당의 통합에 주력하면서 당분간 정책 현안 개발에 비중을 둬 다른 그룹과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들은 장기적으로 당내 중도파 진영을 규합하는 ‘제3세력’의 중심이 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반면 영남권 보수파 진영은 아직은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센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와 이라크 추가 파병 등에 대한 당내 논의가 불붙을 때 분명한 보수적 색깔을 낼 것으로 보인다.

총선 후 김기춘(金淇春) 김용갑(金容甲) 의원 등은 국가보안법 현행 고수 입장을 천명하기도 했다. 17대 국회 개원 후 이들의 행보가 본격화될 경우 소장파 의원들과의 이념 갈등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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