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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스]‘차이의 경영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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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스]‘차이의 경영으로의 초대’

입력 2004-04-16 19:17수정 2009-10-1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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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의 경영으로의 초대/유재언 지음/164쪽 5000원 삼성경제연구소

경영학과 철학. 뭔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경영학도와 철학도가 말다툼을 치열하게 벌이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싸움은 철학도가 먼저 걸었다. 신성한 상아탑 안에서 증권투자론이니 재무관리니 하며 돈벌이 테크닉을 가르치다니 개탄스러운 일 아니냐, 그걸 배우는 학생은 속물 아니냐…. 철학도의 지적이었다.

경영학도는 철학도에게 “공허한 이론을 추구하는 철학은 도대체 현실세계에서 누구에게, 무슨 도움을 주느냐”며 따졌다.

아서라, 학생들이여. 열기를 가라앉히고 ‘차이의 경영으로의 초대’란 책을 읽어보라. 두 학문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음을 알 것이니….

이 책은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 철학자 미셸 푸코와 질 들뢰즈의 사상을 경영에 응용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들 학자의 이름이 생소한 40, 50대 비즈니스맨은 20, 30대 직장 후배와 가끔 고담준론을 나누기 위해서라도 읽는 게 바람직하다. 똑똑한 젊은이들 사이에 이들 철학자는 아주 유명하다. 이들을 모르고 ‘데칸쇼(데카르트, 칸트, 쇼펜하우어)’만 들먹이다간 케케묵은 ‘꼰대’라 손가락질 받을 것이다.

푸코가 주장하는 철학의 키워드는 ‘문제의 틀 짜기(problematization)’다. 어떤 골칫거리가 생겼을 때 과거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 넓은 눈으로 바라보면 해결책이 보인다는 뜻이다.

들뢰즈의 키워드는 ‘차이(difference)’다. 사물을 바라볼 때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세상이 워낙 빠른 속도로 변하다 보니 ‘1+1=2’라는 전통적 정답이 성립될 수 없는 경우가 흔하다. ‘1+1=3’ 또는 ‘1+1=100’이 정답일 수도 있는 게 요즘 세상이다. 전자는 모더니즘, 후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다.

포스트모더니즘 세계의 특징은 불확실성, 불안, 예측 불가능성 등이다. 이런 세계에서는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가 필요하다.

연극 무대를 보자. 과거엔 정해진 대본대로만 잘 연기하면 성공했다. 공연 도중에 갑자기 만취한 관객이 무대에 올라와 난장판을 만들었다면 어떨까. 과거 기준으론 큰 실패다.

경영환경을 연극무대라 가정해보자. 요즘엔 대본대로 공연할 수가 없는 고약한 상황이 잦다. 하지만 그 취객도 연극의 일부로 포용해야 한다. 대본엔 없지만 배우들은 그 취객과 애드리브를 주고받으며 재치 있게 극을 이끌어야 한다.

‘즉흥적인 드라마 경영’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유연한 사고가 바로 시스템 사고인 것이다. 이런 경영을 실천하면 고객이 진정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고 그 기업은 성공한다.

영국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인문학 소양이 탄탄한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 사고의 지평이 넓어지고 그만큼 복잡다단한 세상사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리라. 또 주위 사람들에게서 ‘제법 유식한 사람’이란 대접을 받을 것이다.

이 책의 단점이라면 책 제목이 일본어 번역투여서 머리에 얼른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이의 경영에 초대합니다’라고 붙였더라면 베스트셀러 대열에 들어가기가 더욱 쉬울 텐데….

고승철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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