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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스]일본식 마케팅의 생생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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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스]일본식 마케팅의 생생한 현장

입력 2004-04-02 17:15수정 2009-10-10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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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업 일본마케팅 /김현철 지음 /213쪽 1만2000원 법문사

일본에 관한 책은 한국에 수두룩하다. ‘일본은 없다’란 책도 있고 ‘일본은 있다’란 제목도 눈에 띈다. 대형 서점에 가면 책꽂이 두세 칸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러나 일본 마케팅에 관한 전문서적은 본 적이 없다.

일본 기업들은 어떻게 마케팅을 할까. 이런 의문을 풀어줄 ‘일본기업 일본마케팅’이란 신간이 나왔다. 이 분야에선 국내 최초가 아닐까.

책 뒤편을 먼저 보자. 저술에 참고한 문헌목록이 붙어 있다. 일본어 문헌이 80여종, 영문 문헌이 20여종…. 저자는 무려 100여종의 자료에서 자양분을 뽑은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 자료들을 얼기설기 엮어만 놓은 게 아니다. 10여년간 일본에서 공부한 저자의 현장감각과 경영학자로서의 날카로운 분석력이 내용 곳곳에 녹아 있다.

저자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쓰쿠바대 부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약력을 보니 신일본제철, 닛산자동차, 아사히맥주 등 여러 일본 기업에서 마케팅 교육 및 자문활동을 한 바 있다.

일본 소비자들은 생선과 야채를 살 때 신선도를 중시한다. 주말에 일주일치 식품을 한꺼번에 사들이는 미국 가정주부와는 달리 일본 주부는 일주일에 서너 번 슈퍼마켓을 들락거린다.

이런 구매습관이 공산품에도 적용된다. 신제품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기업들은 끊임없이 새 모델 개발에 골몰한다.

세이코 시계가 처음 미국에 진출했을 때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세이코는 시계에도 신선도가 중요하므로 팔리지 않은 제품은 거둬가고 ‘싱싱한’ 새 시계를 선보였다. 미국 소비자들은 눈여겨봐 둔 모델이 다음에 가면 사라지므로 ‘세이코는 빨리 사지 않으면 금방 팔려버린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내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미국 업체에 비해 평균 2배 가까운 제품 모델을 갖고 있다. 이것도 신선도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일본의 광고는 흥미를 중시한다. 인쇄매체 광고는 야한 사진이나 강렬한 그림 등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려고 한다. TV 광고에서는 우스꽝스러운 노래가 나오거나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등이 등장한다. 이 때문에 정작 무슨 제품을 광고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미국 기업들은 가격할인으로 손님을 끄는 판촉 전략을 많이 쓰는 반면 일본 기업들은 비가격 판촉 전략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 가운데 두드러진 것이 단골 고객들의 모임을 조직하는 것. 화장품업체 시세이도는 1937년에 ‘화춘회’라는 고객 모임을 결성해 전성기이던 1965년엔 회원수가 500만명에 이르렀다. 회원에게 기념품을 주고 화장술 교습 등 서비스도 제공한다.

일본에서의 효과적인 판매촉진 전략은 구전(口傳)이다. 소니의 워크맨은 구전효과로 성공한 제품. 요요기 공원에서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워크맨을 허리띠에 차고 활보하도록 했다. 그 장면이 화제가 됐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워크맨의 존재가 널리 알려진 것. 일본에서 구전의 주역은 ‘조시코세이’라 불리는 여고생들이다. 도쿄권의 ‘끼 있는’ 여고생들이 여대생, 직장여성에 앞서 유행을 주도하는 것. 이 때문에 이들은 일본의 사회문화 연구에서 주요한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일본기업의 브랜드 전략, 가격 정책, 유통 관리망 등도 소개했다. 일본 기업과 거래하는 한국업체 관련자들은 이 책 덕분에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한결 수월해지리라.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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