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527회…셔플 지팡이의 페이지 (1)

  • 입력 2004년 3월 16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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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파란 하늘 아래 비늘구름이 뒤따라오라는 듯 유유히 흐르고, 빨강 노랑 보라 하늘하늘 떨어지면서 춤추는 꽃잎의 움직임에 맞춰 공기까지 하늘하늘….

빨랫감이 잔뜩 담겨 있는 빨래바구니를 머리에 인 여인네들이 치맛자락을 걷어차면서 논두렁길을 걸어온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정든 님이 오셨는데 인사를 못해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방긋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팔락 팔락, 여인네들의 치맛자락이 실팍한 종아리께에서 물결치며 팔락팔락…. 바람이 잠잠해지면서 치마가 내려앉았다. 허리끈으로 치맛자락을 질끈 동여맨 여인네들이 물가로 내려간다. 노랫소리가 멈추고, 서로 얼굴을 마주본다.

“시뻘겋네”

“아이고….”

“어젯밤에 대형 트럭이 오더니.”

“열 발 스무 발이 아니었다… 오십 발… 육십 발.”

“아니다, 백 발도 더 넘었다, 탕 탕 탕 탕 탕 탕… 아이고, 무서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저길 끼다, 틀림없다.”

“저기밖에 없재. 산더미만 한 바위가 떡 가로막고 있는 벼랑 아이가… 밤새 비가 철철 내렸으니까네 배어나온 기라.”

“제대로 묻기나 했을라나. 그래 안 하면 까마귀하고 들개들이….”

“묻기는, 흙도 제대로 안 덮었을 끼다, 경찰서에 끌리 가면 우짤라고.”

“그냥 내둘 수밖에 없재.”

“빨래는 어디서 하노.”

“우물에 가서 해야재.”

“식구가 열둘인데, 아이고 우짜노.”

“이삼 일 지나면 맑아지겠재.”

“이삼 일에 피가 다 빠지나? 개도 거꾸로 매달아 30분은 걸리는데. 정말로 백 명도 넘었다 카믄….” <미완>

글 유미리

번역 김난주 그림 이즈쓰 히로유키

○연재소설 ‘8월의 저편’작가사정으로 미완종결합니다

동아일보사와 일본 아사히신문이 2002년 4월부터 공동으로 연재해온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씨의 소설 ‘8월의 저편’이 오늘자로 종료됩니다. 유씨의 구상이 넘쳐나 신문연재에 의한 소설의 완결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미완(未完)’의 상태에서 마치게 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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