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 인간배아서 줄기세포 추출 첫 성공

  • 입력 2004년 2월 12일 18시 27분


코멘트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복제된 인간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해 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서울대 황우석(黃禹錫·수의대) 문신용(文信容·의대) 교수 연구팀이 미국 과학자들과 공동으로 여성의 난자에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복제배아를 만들고 이로부터 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성장할 수 있는 만능세포. 당뇨병 파킨슨병과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이식하면 손상된 세포를 정상세포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 英 언론 황우석 교수 연구성과 대서특필
- WP "인간배아복제 의학적으로 유망"
- 한국 과학계 국제위신 추락
- 사람난자서 배양…이식부작용 없어
- "일방보도 유감…논문은 정상 게재"
- “배아도 생명… 실험용 취급 안돼”

특히 황 교수팀의 실험은 환자의 체세포로 만든 복제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얻는 방식이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이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까지는 주로 불임시술 후 남은 냉동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얻었으나 이 경우 환자와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아 이식 후 면역거부 반응이 우려됐다.

또 그동안 여러 차례 성공한 바 있는 인간 배아 복제는 주로 소나 쥐와 같은 동물의 난자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녔다.

사이언스의 도널드 케네디 편집장은 “이번 연구는 퇴행성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를 복제하면 배아에 필연적으로 손상이 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으나 이번 연구는 치료 목적의 줄기세포를 얻는 배아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로 입증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러나 미국 화이트헤드생의학연구소 루돌프 재니시 박사는 “치료용 배아 복제가 실용화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이로부터 얻은 줄기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가 공개되는 과정에서 중앙일보가 국제적 엠바고를 깨고 성급하게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연구팀과 사이언스측은 한국시간으로 13일 오전 4시 이후 보도해야 하는 사이언스의 엠바고 지침을 어기고 12일 아침 보도한 중앙일보의 행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