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신재훈/어린이 비만치료 혼자서는 못해요

  • 입력 2003년 12월 15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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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끝나자마자 학원버스에 실려 이 학원 저 학원을 전전하고, 집에 와선 TV와 컴퓨터 앞에서 움직일 줄 모르는 어린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부터 든다. 맘껏 뛰어놀 시간과 공간이 없는 요즘 아이들에게 비만이 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이고 20명 중 1명은 비만도 50% 이상의 고도비만이라니 어린이 비만은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특히 겨울방학은 비만어린이들에겐 최악의 시기다. 추운 날씨에 집안에만 있으면서 고열량 식품을 먹기 쉬워 비만도가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겨울방학에는 학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비만탈출 프로그램을 짜서 실천해 보도록 하자.

서구화된 식생활로 주로 성인에게 나타나는 당뇨병, 잘못된 식습관에서 시작되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이 아이들에게도 발병하고 있다. 어려서 시작된 고지혈증은 동맥경화로 진행되고 결국 뇌중풍, 심근경색 같은 중병으로 발전한다.

어린이 비만의 99%는 고열량식품 과잉섭취나 운동부족, 유전적 소인 등에 따른 단순성 비만이다. 스트레스나 부모의 무관심 등 심리적인 불안감으로 인해 과식하는 어린이가 상당히 많다. 비만은 유전적 요인도 강해 부모가 모두 비만인 어린이가 비만아가 될 확률은 80%, 어머니만 비만일 경우 60%, 아버지만 비만일 경우 40% 정도에 이른다. 이 밖에 내분비 질환이나 유전적 질환, 약물 부작용 등에 따른 증후성 비만도 있지만 드물다.

비만어린이의 치료를 위해선 식이요법, 운동요법과 행동요법을 적절히 배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유전, 잘못된 식단,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한 과식 등 부모의 책임이 큰 만큼 부모가 치료에 동참해야 한다.

가장 먼저 취할 조치는 잘못된 식습관 고치기. 그렇다고 무턱대고 음식량을 줄이면 성장에 장애가 올 수 있으므로 개인별 필요 열량과 영양소를 고려해야 한다. 비만어린이의 식단은 총칼로리의 50∼55%를 탄수화물, 20∼25%를 단백질, 25∼30%를 지방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일주일 단위로 식단을 정하고 한달에 한번씩 영양사와 상담해 잘못된 부분을 고쳐가며 6개월 내지 1년을 두고 서서히 살을 빼는 게 바람직하다.

운동요법으로는 걷기, 줄넘기, 자전거 타기,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이 좋지만 어린이가 좋아하는 운동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처음엔 하루 15분으로 시작해 1주일에 10∼20%씩 서서히 늘려 1시간까지 한다. 하루 30분∼1시간의 운동을 1주일에 3∼5회 하는 게 적당하다.

행동요법은 비만을 초래하는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찾아내 고치는 것으로 치료에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어린이의 의지뿐만 아니라 가족, 특히 부모의 전폭적인 후원이 꼭 필요하다. 고지방 고열량식품 구입을 삼가고 아이에게 균형 잡힌 식단을 만들어 줘야 한다. 식사시간과 간식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는 등 가족 모두가 올바른 식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교에서 비만아 교실이나 학교급식 개선 등의 대책을 세우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살을 빼는 것은 어른에게도 무척 힘든 일이다. 부모가 먼저 올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오늘 저녁 아이와 함께 집 앞 공원을 산책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에겐 운동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부모에겐 오랜만에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신재훈 한양대 의대 교수·소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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