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인간포석 人事의 세계]인사대상자들 목소리/성과주의 불신
더보기

[인간포석 人事의 세계]인사대상자들 목소리/성과주의 불신

입력 2003-12-14 20:31수정 2009-10-10 07:12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입사 동기는 110% 성과급을 받았는데, 비슷한 일을 하는 나는 왜?”

외환위기 이후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급격히 늘면서 피평가자들의 불만의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1996년 초 1.6%에 불과하던 국내의 연봉제 도입 기업이 2003년 초 37.5%로 늘었다. 특히 5000명 이상의 대기업에서는 그 비율이 82.4%에 이르러 성과주의가 한국 인사제도의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성과주의 인사의 핵심은 실적과 연계한 차등 보상. 이는 한편으로는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고 체질을 개선하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효과를 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 내 위화감과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한국처럼 정(情)으로 지탱되고 평등의식이 강한 사회에서는 차등보상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 심하다.

이 같은 부작용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곳은 공무원 사회. 2000년 성과상여금 제도가 도입된 뒤 매년 성과급 반납을 둘러싸고 한바탕 소동을 겪고 있다. 이를 두고 하재호(河載浩) 서울시 공무원직장협의회 대표는 “평가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업무의 다양성을 무시한 피상적이고 일방적인 평가에 대해 불신이 높다는 것. 실제 성과급이 지급된 자치단체들 중 일부는 이를 부서별로 모아 인원 수에 따라 나눠주고 있다.

개인별 차등 폭을 확대할수록 불필요한 경쟁을 부르고 ‘내 몫 챙기기’를 조장해 팀워크를 해친다는 점도 차등보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팀 내 선수들 사이의 연봉격차가 클수록 팀 성적이 좋지 않더라는 1999년 조사결과가 있다. 나아가 단기 성과에만 몰입할 경우 결과지상주의로 인해 각종 경영비리 및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 분식회계로 파산한 미국 엔론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정권택(鄭權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에서도 시행착오 사례가 적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의 도입에 쫓긴 기업들이 기업특성과 직종 등을 고려하지 않고 미국식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특성과 전략, 직종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 야구선수와 민원창구 직원의 평가 시스템은 완전히 달리 짜야 한다는 얘기다.

평가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던 국내 모 광고회사의 경우. 광고기획자와 카피라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등 서로 전혀 다른 직종이 함께 일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평가 기준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 회사가 최근 도입한 것은 ‘사랑의 짝짓기’ 방식의 평가 및 팀 구성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인기투표 형식으로 지정하고, 이에 따라 팀을 구성해 팀 단위로 성과를 매겼다. 가장 많은 지명을 받은 직원에게 개인별 평가를 해 준 뒤 여기에 팀의 성과에 따른 보상을 혼합하는 방식을 취하자 잡음이 사라졌다.

정 연구원은 “이처럼 평가와 보상 시스템은 끊임없이 수정 보완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최고경영자와 조직원들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거 연공서열에 묻혀 지내다가 새삼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 결과를 알게 된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 또한 해결과제로 남는다. 그러나 인사전문가들은 피평가자들도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자신에 대한 평가와 타인의 평가 사이에 상당한 ‘갭’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 얼마 전 한 경제연구소가 5, 6급 공무원 3000명을 대상으로 ‘자신이 상위 l0% 안에 든다고 보느냐’고 묻자 55%가 ‘그렇다’고 답했다는 통계가 있다.

조직관리 차원에서는 심리학적 접근마저 필요하다. 삼성그룹은 95, 96년 5단계 평가단위 중 하위 15%에 해당하는 두 단계를 없인 뒤 상위 두 단계에 50%, 세 번째 단계에 50%를 각각 배분하는 ‘가점주의’ 평가를 실시했는데, 세 번째 단계로 평가된 절반의 인원이 모두 불만세력이 되더라는 것. ‘왜 내가 50% 안에도 못 드느냐’는 얘기였다. 소수의 하위 그룹을 설정해 대다수의 구성원이 ‘나는 중간 이상은 된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을 때 오히려 조직이 안정된다는 게 이제는 상식이다.

최근 일부 기업은 성과주의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개인차등제에 집단성과급제를 섞는 방식으로 보완을 꾀하기도 한다. 집단 단위의 평가를 먼저 한 뒤 개인 단위의 평가결과를 더해 급여를 구성(pay mix)하는 것. 나아가 총체적 보상체계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수 인력일수록 경제적 보상보다는 승진, 중책, 연수, 좋은 업무 여건 등에 의해 생산성이 향상되더라는 통계에 따른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전제는 평가와 보상의 목표가 결코 그 구성원들의 ‘한 줄로 세우기’일 수 없으며 ‘조직 전체의 역량 높이기’여야 한다는 관점이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