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애니메이션 리뷰]고품격 순정물<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더보기

[애니메이션 리뷰]고품격 순정물<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입력 2001-08-03 14:22수정 2009-09-19 12:22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10년이 지난 후에 다시 떠올려 봐도 가슴 한구석이 아리고 부풀어 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 바로 첫사랑에 대한 추억이 아닐까.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 그 이름, 첫사랑. 낯 간지럽다고? 그래도 좋잖아!

남녀공학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풋풋한 사랑이야기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은 츠다 마사미의 원작만화를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애니메이션화 한 작품. 이보다 더 잘 살려낼 수 없을 정도로 원작에 충실한 애니메이션이라 원작만화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츠다 마사미를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을 꽃미남, 꽃미녀가 판치는 흔한 순정만화라고 생각했다면 착각 속에서 빠져나오길. 완벽한 미모에 지성과 인성까지 겸비한(물론 그들의 이면엔 또 다른 모습이 도사리고 있지만) 독특한 캐릭터에 홀딱 반하게 할뿐만 아니라, 첫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겪게 되는 미세한 감정의 흔들림과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탁월하게 묘사한 고품격 순정만화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보통 원작이 괜찮다면 애니메이션을 보고 실망하게 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주저없이 날려 버리시라. 이미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심리 묘사의 귀재임을 입증한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원작의 묘미를 조금도 손상시키지 않은 채, 좀더 정확히 말하면 묘미를 배가시키는 그야말로 멋진 작품을 만들어 냈다.

흔히 감정의 흐름에 초점을 맞춘 만화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 힘들다고들 한다. 지면에서나 가능한 다양한 화면분할과 무수한 세로 컷들을 정해진 프레임안에서 표현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허나 이런 것쯤은 안노 히데아키 감독에겐 문제도 아닌 듯. 애니메이션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에선 만화에 등장하는 의성어들이 글자 그대로 살아 꿈틀대고, 화면속으로 세로 컷들이 우아하게 슬라이딩해 들어온다.

인물들의 감정 상태와 극의 진행방향을 암시해 주는 신호등이나 철길, 수돗가 등의 인서트 씬들도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선문답 같은 내레이션과 실사를 차용하는 등의 실험적인 시도들은 원작보다 더욱 풍성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이런 시도들이 처음엔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잠깐! 아쉬운 점 한가지.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彼氏彼女の事情>이라는 원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 된 일인지 만화책이건 애니메이션이건 국내에 소개된 제목은 매우 다양하다. 마니아들 사이에선 <카레 카노>로 통하고, 라이센스판 만화책과 투니버스 방영 애니메이션 제목은 <그 남자 그 여자>다.

또 비디오 출시분과 KBS방영 애니메이션의 제목은 <비밀일기>다. <비밀일기>가 방영될 때 'S. 타운젠드의 <비밀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진 줄 알았다' '이 작품이 바로 그 작품이지 상상도 못해 시청기회를 놓쳤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속출했다고 한다. 설마 '사정'이란 단어의 또 다른 의미를 떠올려 과민반응을 보인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김미영 객원기자 (FILM2.0) diverse94@film2.co.kr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