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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연의 스타이야기]엉덩이가 예쁜 여자, 제니퍼 로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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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연의 스타이야기]엉덩이가 예쁜 여자, 제니퍼 로페즈

입력 2001-05-16 11:19수정 2009-09-2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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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플래너>의 한 장면

무명시절 피곤한 몸을 이끌고 뉴욕 지하철 6호선(On the 6) 계단을 오르내리던 제니퍼 로페즈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푸에르토리코 이민 2세에게도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걸 보여주고 말겠어."

그때 그녀는 아이린 카라의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던 <플래시 댄스>의 제니퍼 빌즈처럼 걷고 있었다. '10억 달러 짜리 엉덩이'를 가볍게 흔들며 스타가 될 날을 꿈꾸던 무명 댄서 제니퍼 로페즈. 훗날 그녀는 가수 데뷔 앨범 '지하철 6호선(On the 6)'에서 그때의 혹독한 시련을 추억으로 불러냈다.

누구나 뒤돌아볼 만큼 잘빠진 몸매였지만 흘러내리는 금발과 흰 피부를 갖지 못했던 이 라틴계 미녀는 그때 지하철 6호선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하루에도 열두 번씩 "된다, 안 된다"를 반복했던 그녀는 아마도 쿠바 하바나 출신의 미녀 스타 글로리아 에스테판처럼 되길 꿈꾸고 있었을 것이다.

꿈은 더디게 실현됐다. 컴퓨터 기술자인 아버지와 유치원 선생님인 어머니 사이에서 유복하게 자라난 그녀는 여고 시절 야구와 테니스에 푹 빠져 잠시 춤을 잊었고 졸업 후엔 법률 사무소에서 재능을 낭비했다. 그러던 어느날 무의미한 하루를 보내던 그녀는 갑자기 지하철 6호선에서 꾸었던 스타의 꿈을 기억해냈다. 그때부터 로페즈의 밤 시간은 온통 댄스 연습을 위해 할애됐다.

어린 시절부터 뒹굴러온 뉴욕 브롱스를 떠나 L.A.에 도착했을 때 라틴계 미녀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짐 캐리를 배출한 코미디 쇼 'In Living Color' 백댄서 오디션에 합격하기 전까지는. 'In Living Color'는 그녀의 인생에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쇼 비즈니스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실낱같은 연줄을 쥐었기 때문. 춤을 추고 싶다는 꿈이 이뤄진 순간 욕심 많은 그녀는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녀는 뮤지컬 스타가 되고 싶었다.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과 뉴욕 토박이들의 갈등을 담은 뮤지컬의 고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로페즈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오래 전부터 전 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아니타 같은 역할을 맡고 싶었어요. 마리아와 달리 아니타는 끝까지 푸에르토리코인을 사랑하죠. 하지만 지금 내게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다면 마리아를 연기하겠다고 할 거예요."

정확히 뮤지컬 스타가 된 것은 아니지만 멕시코 출신의 전설적인 여가수 셀레나의 삶을 담은 <셀레나>는 그녀의 꿈에 어느 정도 근접한 영화였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노래하는 천사가 됐다. 그것은 로페즈가 연기를 시작한 지 약 10여 년만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86년 <마이 리틀 걸>로 영화계에 데뷔한 이래 그녀는 몇 편의 TV 시리즈와 몇 편의 눈에 띄지 않는 영화를 거쳤다. <잭>에선 나이보다 서른 살은 겉늙어버린 잭의 담임 선생님을 연기했고 <머니 트레인>에선 강인한 여자 경찰을, <블러드 앤 와인>에선 와인 판매상 알렉스의 사랑스런 정부가 됐다. 하지만 그녀의 존재를 깊이 새기기에 이들 영화는 모두 부족했다. 로빈 윌리엄스, 웨슬리 스나입스, 우디 해럴슨, 잭 니콜슨 등 기라성 같은 선배의 후광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셀레나>는 달랐다. 이 영화는 온전히 로페즈만을 위한 영화였으며 <셀레나> 이후 그녀에 대한 할리우드의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는 제작자들이 흥행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을 비우고 있을 무렵 의외의 행운를 안겨주는 마법사와도 같았다. 평론가들의 혹평에 시달렸던 <아나콘다>는 2주간 박스오피스 1위에 머물렀고 뒤이어 출연한 'U-턴'과 <조지 클루니의 표적>은 평단의 열띤 찬사를 받았다.

요즘 그녀는 푸에르토리코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라는 칭찬을 여한 없이 듣고 있다. 비록 그녀 자신은 '웨딩 플랜'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두 번의 이혼을 겪고 오랜 연인 퍼프 대디와도 결별한 상태지만, 영화 속에서만큼은 여전히 달콤한 사랑의 주인공이다. 5월19일 국내 개봉되는 로맨틱 코미디 <웨딩 플래너>. 이 영화에서 그녀는 "고객과는 절대 사랑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저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할 뻔한 남자(매튜 매커너히)의 마음을 사로잡는 '웨딩 플래너'를 연기한다.

이 달콤한 사랑의 주인공은 그러나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에 시달리고 있다. 음반 판매 순위 1위와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동시에 석권하며 기세 등등하게 달려가던 그녀는 전 남자친구와의 섹스 비디오 파문에 휘말려 노심초사하고 있는 중.

삶의 계획(Life Plan)은 잘 세우는 그녀도 결혼이나 연애 설계에는 영 소질이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제니퍼 로페즈는 여전히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에겐 꿈의 대상이며, 전세계 대중문화 팬들에겐 섹시한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마스코트다.

황희연<동아닷컴 기자>benot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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