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마방진]스팸메일 살인사건⑩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1분


―HMD 없이 새 스―필이 얼마나 작용하는지 테스트할 겸, 당신들도 곱게 처리할 참이었는데, 이렇게 문제를 불러일으키는군.

―역시 당신이 비비였군.

마방진이 물었다.

―추리력 하나는 대단하군 그래.

―원장의 여비서라. 원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결정권을 휘두르기에 안성맞춤인 자리였겠군. 훌륭한 위장술이야.

우용호 경장이 덧붙였다. 우용호가 말을 마치자, 검은 양복을 입은 두명의 사나이가 원장실로 들어와 비비의 뒤에 버티고 섰다. 김윤재 원장도 엉거주춤 일어나 사나이들의 뒤로 숨었다.

그때 긴장감을 깨며 마방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마방진은 낭패감을 느꼈지만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군.

비비가 야릇한 미소를 띠며 마방진의 주머니를 더듬어 휴대전화를 꺼냈다. 폴더를 열자 왈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진아! 지금 막 그 CD의 암호를 풀어낸 것 같아. 잘 들어! 넥스의 정체는 말이야…. 여보세요? 방진아 듣고있니?

비비는 얼굴에 미소를 계속 띤 채로 휴대전화 플립을 닫았다.

―동료가 한 명 더 있었군? 어디 사는 누구실까?

마방진은 입을 굳게 다문 채였다. 비비의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

―잘 들어. 나는 너희들을 이제부터 사고사로 보이도록 죽일 참이야. 우리가 심장마비를 조작할 수 있다는 건 잘 알고 있겠지. 물론 세 사람을 동시에 심장마비로 죽이진 않을거야. 그때까지 너희들은 갇혀있어야 할 거고. 그런데 어차피 죽더라도, 남은 시간이 편안할 것인지, 아니면 지옥 같을 것인지, 그것은 모르지.

비비가 눈짓을 했다. 검은 양복의 사내가 인효를 붙잡아 일으켰다.

―자, 마방진 씨. 아까 전화를 건 아저씨가 누군지 말해주지 않을래? 만약 거짓말을 한다면 여기 이 아가씨는 괴롭게 죽어갈거야.

―오빠! 난 괜찮아!

―시끄러워!

비비가 권총 손잡이로 인효의 목을 내리쳤다. 인효는 정신을 잃었는지 몸이 축 늘어졌다. 검은 양복의 사내가 인효가 쓰러지지 않도록 한 팔로 붙잡았다.

―아까 전화를 건 자가 누구였는지 말해.

비비의 표정이 표독스럽게 변했다.

―그의 이름은...

마방진은 왈도의 이름과 주소를 사실대로 말하고 말았다.

비비가 턱짓을 하자, 검은 양복의 사나이들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우용호와 마방진의 입과 코를 막았다. 방진과 우 경장은 저항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곧 의식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방진과 우 경장은 냉기가 감도는 콘크리트 방 안에 손과 발이 묶인 채 있었다. 몸수색을 당한 듯, 양복 주머니들은 모두 찢겨 있었다.

―경장님, 정신 들어요?

―젠장, 여기가 어디래?

―모르죠. 경장님, 이로 결박을 좀 풀 수 있겠어요?

우 경장은 방진의 결박을 풀기 위해 낑낑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방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잠깐, 누가 와요.

―제길, 어떻게 하지?

―젠장. .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마방진 일행을 병원에서 줄곧 미행했던 키가 크고 창백한 표정의 레지던트였다. 그 뒤를 왈도가 쫓아 들어왔다.

―여기 있었군!

―아니, 왈도, 네가 여기 어떻게?

―꾸물거릴 틈이 없어.

왈도가 주머니칼을 꺼내 마방진의 결박을 풀고, 우용호를 묶은 줄도 끊었다. 방진은 손발을 주물렀다.

―인태 형이 남긴 CD에는 불량 섹터가 많이 있었어. 그 속에 있던 자료는 윈도에서 보는 것이 아니었어. 아주 특별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슈퍼 컴퓨터에서나 읽을 수 있는 자료였어. 그래서 윈도 탐색기에서는 그 파일들이 나타나지 않았던 거야. CD 레코딩을 할 때 이전에 있던 자료를 지우지 않아서 가수 신상명세 같은 것이 남아있었던 것 같아. 나는 그 자료들을 대충 훑어봤고, 그것이 동영상 압축과 비슷한 유형의 데이터를 가진다는 걸 알았어. 당연히 HMD가 떠올랐고, 무궁화메디컬 센터 내부에 이 CD를 읽을 수 있는 컴퓨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이 CD에는 그 이상의 것이 있는 것 같았어.

왈도가 자초지종을 재빨리 설명했다.

―뭔데?

―이건 아무래도 무궁화메디컬 센터의 컴퓨터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는 컴퓨터 바이러스인 것 같아. 인태 형이 오르다 사이트를 해킹하려고 했었다고 했지? 인태 형은 바이러스를 개발해놓고, 오르다 사이트를 파괴하려 했던거야. 결국 해킹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바이러스가 무용지물이 된거지.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지?

―너에게 두번째로 전화를 걸었을 때 응답이 없었잖아. 나는 그 길로 CD를 들고 무궁화메디컬 센터로 왔어. 그래서 너희들을 수소문하자 여기 이 친구가 나타났지.

―최정훈이라고 합니다. 간발의 차였습니다. 저를 만나기 전에 원장의 졸개들에게 발각되었다면 왈도씨도 이리로 끌려왔을 거예요.

최정훈이 말을 이었다.

―저는 이민주 선생과 함께 일을 했습니다. 이민주 선생은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몇차례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는 했지요. 병원 원장이 개입된 거대한 음모가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꺼렸죠. 그런데 사고를 당하던 날 아침, 이민주 선생이 무척 흥분한 모습으로 저에게 이걸 맡겼어요.

최정훈이 보여준 것은 바코드가 달린 출입증이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이 출입증을 보관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만일 왈도라는 사람이 오면 그에게 넘겨주라는 거였어요.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용어해설

▼컴퓨터 제어관리 시스템

▽운영체계(Operating Syste-m)〓오퍼레이팅 시스템 혹은 영어로 간단하게 OS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하드웨어 장치와 일반 컴퓨터 사용자 또는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응용 프로그램의 중간에 위치하여 사용자들이 보다 쉽고 간편하게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컴퓨터 시스템을 제어하고 관리해 준다.

어떤 종류의 컴퓨터에도 한 개 이상의 오퍼레이팅 시스템이 존재해야만 하는데, 잘 알고 있는 윈도98이라든지, 윈도 NT, MS-DOS, 리눅스, UNIX 등이 바로 OS이다. 즉, ‘¤글’이라는 워드프로세서에도 한글윈도용이 있는가 하면, MS-DOS용, 그리고 UNIX용이 따로 있는데 그 이유는 OS가 달라지면 사용하는 명령어 체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PC용 OS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윈도 시리즈가 세계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지만, 중대형 컴퓨터용 OS는 UNIX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Ezwin(www.ezwin.net/)사이트에서는 초급자들에게 적합한 각종 OS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한국의 리눅스 포털사이트인 www.linux.co.kr에서는 방대한 리눅스 관련 자료, 마이 리눅스 서비스, 무료 메일서비스, 동호회 등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네트웍과 OS 전문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Bpan(www.bpan.com/)을 소개한다. 이 사이트는 MCSE, MCP 등의 국제 공인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험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시작해 현재 국내 최대의 IT 전문가들의 공동체로 자리매김한 사이트로 국내 최대의 데이타베이스를 자랑한다. 즉 IT전문가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교육센터와 연계된 수험정보, 체험담, 가이드라인, 기출시험문제, 핵심정리 노트 등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파일-폴더 관리 프로그램

▽윈도 탐색기〓탐색기는 계층구조를 가지고 있는 파일 캐비닛에 비유할 수 있는데, 바탕화면에 올라와 있는 ‘내 컴퓨터’라는 아이콘을 클릭하면 화면왼쪽에서는 폴더들의 계층 구조를, 오른쪽에서는 해당 폴더의 하부구조를 트리(tree)구조로 보여준다.

탐색기는 파일이나 폴더를 이동하거나 복사하거나 이름을 바꾸거나 압축하거나 삭제 하는 등, 파일에 관한 모든 작업을 하는데 사용된다. 여기서 폴더라는 것은, 이전에는 ‘디렉토리’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것인데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거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큰 데이터 처리 고속컴퓨터

▽슈퍼 컴퓨터(super-compu-ter)〓슈퍼 컴퓨터를 정의하기는 대단히 어렵지만, 보통 현존하는 컴퓨터 중 최고의 성능을 내거나 그와 비슷한 성능을 가진 컴퓨터를 일컫는다.

슈퍼 컴퓨터는 대개 엄청난 계산 능력을 요구하는 과학기술 분야나, 대용량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는 곳에 사용된다. 대부분의 슈퍼 컴퓨터는 병렬처리 기능을 통해 그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크게 SMP 계열과 MPP 계열 그리고 최근에 등장한 이 양자를 혼합한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슈퍼 컴퓨터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Cray Research사 (1996년에 SGI에 합병됨)에서 제작한 X-MP, Y-MP 등의 제품이 크게 히트하면서부터. 1976년 개발된 Cray-1 컴퓨터는 슈퍼 컴퓨터의 대명사가 되었다.

슈퍼 컴퓨터는 보통 슈퍼 컴퓨터 센터라 불리는 대학 혹은 기업의 연구 기관에 설치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은 vBNS나 NSFNet 등의 인터넷 백본에 연결되어 과학기술 연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슈퍼 컴퓨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연구기관 등을 초고속으로 연결하기 위해 인터넷2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참고로 슈퍼컴퓨터를 정의할 때 초당 몇번의 부동소수점 연산을 할 수 있는 컴퓨터인지를 벤치마크하여 슈퍼컴퓨터 성능이나 그러한 초고속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센터의 순위를 발표한다. 현재(1999.6월 기준: http://www.top500.org) 슈퍼컴퓨터 Top500 순위를 보면 미국의 Sandia National Labs에 설치된 Intel의 ASCI Red 라는 슈퍼컴퓨 터가 2,121/GFLOPS의 성능으로 1순위이며, 스페인에 설치된 SGI T3E900 이 24GFLOPS로 랭킹 500위에 랭크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가 슈퍼컴퓨터라고 부를 수 있는 슈퍼컴퓨터는 성능이 초당 24GigaFLOPS(1GigaFLOPS: 초당10억번 연산)는 되어야 한다. (이 수치는 축구장 한편에서 전등을 켰을 때, 축구장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그 빛을 보기 전에 컴퓨터에서 6000번의 계산을 수행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같이, 슈퍼컴퓨터는 소수의 과학자나 공학도만을 위한 것에서 점점 활용범위가 확대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수치계산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부터 대용량의 데이터처리를 요하는 분야까지 사용 가능성이 무궁 무진한 도구이다.

■공동 창작을 하며

사이버 추리소설 ‘탐정 마방진’의 공동 창작은 반가운 일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큰 부담이었던 게 사실이다.

학창시절 글쓰기를 싫어해 이공계 대학을 나와 컴퓨터 엔지니어가 되었는데 갑자기 이야기를 만들고 글을 쓰는 일에 ‘가담’하라니 낯이 설 수밖에…. 그러나 공동창작을 해가며 그동안 쌓았던 전문 지식을 풀어낼 수 있었고 작품에 나름대로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말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첫 회의부터 공동팀은 고민을 거듭했다. 또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 노력했다. 아이디어 회의에서 네트워크 게임과 버추얼 섹스를 연결시켜 고안한 ‘넷섹스’(Net-Sex) 등 새로운 소재와 구성을 계속 만들어냈다.

BBS에 어떤 글들이 올라올까? 반응은 좋을까? 사람들의 관심은 어떨까? 첫 원고가 나간 뒤 나의 심정은 소풍가는 전날의 어린이 심정, 그것이었다. 결과적으로 BBS에 올라온 글은 보람을 느끼게도 했지만 한편 아쉬움과 부끄러움도 느끼게 했다. BBS에 독자 한 분이 “마방진과 2년 전 읽었던 마지막 해커가 비슷하다”는 글을 올려 놓은 것을 보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구절은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였다. 그리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인터넷이 확산되고 신기술 개발이 가속되는 시대에서도 사람들 사이의 ‘아름다운 교류’는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김명선 (라이코스코리아 검색팀·mskim@email.lycos.co.kr)

●공동창작팀

▽정리 및 감수〓박상준(SF해설가) cosmo@nuri.net

최수묵(동아일보) mook@donga.com

▽글〓장강명(SF작가) tesomion@chollian.net

▽웹디렉터〓김명선 김문빈 박진영(라이코스코리아)

mabangzin@lycos.co.kr

▽캐릭터디자인〓김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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