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실전강좌]서론 첫문장이 채점자 눈길끌어야

  • 입력 1999년 12월 26일 21시 23분


논술문에서 채점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대목이 있다. 서론의 첫문장과 끝문장, 결론의 첫문장과 끝문장 등 4곳이다. 이 가운데서도 서론의 첫문장이 지닌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시골 장터의 약장수는 원숭이나 뱀을 들고 나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사람들이 모이면 “이 약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하고 본론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처럼 채점자의 시선을 끄는 첫문장의 예를 살펴보자.

다음은 각 대학 실험평가 우수답안에서 뽑은 서론의 첫문장이다.

몇 년 전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초등학교’로 개명한 일이 있었다.(중앙대)

‘최고의 쾌락이 곧 최고의 선’이라는 표어는 헬레니즘 에피쿠로스사상을 대변해 주는 말이다.(성균관대)

유사 이래 인간 사회는 개인과 집단 사이의 조화 문제에 골몰해왔다.(서강대)

▼속담 명언인용 효과적▼

위의 예처럼 △최근의 화제 △속담 명언의 인용 △논제와 관련된 일반론 등으로 첫문장을 시작하면 효과적이다. 이 외에도 △주제와 대립된 주장이나 의문형으로 시작하는 방법도 권할 만하다. 첫문장은 짧은 것이 좋다.

서론의 후반부는 무엇에 대해 쓸 것인지 채점자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서론의 마지막 문장을 ‘∼에 대해 알아보자’는 식으로 쓴 답안이 많다.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모두들 그렇게 쓰기 때문에 그런 문장은 진부하다는 느낌을 준다.

서론의 끝문장으로 진부하지 않은 예 두가지를 살펴보자.

이것은 현대 사회에도 소설 ‘동물농장’에 의해 비판받을 점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시문으로 나온 오웰의 ‘동물농장’은 그 문제점들을 선명하게 형상화해서 보여준다.

재작년 서울대에서 발표한 모범답안에서 뽑은 것이다. 둘 다 ‘∼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겠다’는 의미이지만 표현을 다르게 한 것이다. 이처럼 상투적인 표현을 벗어날 수 있는 나만의 방법 두 가지 정도를 개발해 놓을 필요가 있다.

결론은 ‘요약+주장(강조)+논의 확대(미래 전망)’로 구성된다. 이 중 어느 한 요소를 빼고 두가지 요소만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결론의 첫 문장에서는 서론과 본론의 논의를 짧게 요약하되 동어반복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 문장은 주장이나 논의 확대로 ‘∼가 필요하다’ ‘∼하게 될 것이다’로 끝맺으면 무난하다.

결론에서 가장 자주 발견되는 문제점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힘껏 노력해야 한다’는 식의 추상적인 문장이 많다는 것이다. 문제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굳이 말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결론에서 새로운 논제를 시작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수험생도 종종 있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세를 촉구하거나 논의 확대로 끝맺으면서 새로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다. 이 경우 당연히 글의 통일성이 깨진다.

▼훈계웅변조 결론 금물▼

훈계조 웅변조로 끝맺는 수험생도 많다. 논리보다 감정이 앞서 ‘이러한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는 식으로 갑자기 우국지사(憂國之士)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며 채점자를 가르치려 드는 답안까지 있다. 논술문은 논설문이나 연설문이 아니다. 감정을 드러낸 논술문은 비논리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정선학(중앙교육진흥연구소 평가연구실 논술팀장)

ibe@eduto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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