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전승훈/「라이파이」 1권이 3백만원 받는 이유

  • 입력 1999년 7월 25일 18시 39분


부천만화정보센터는 최근 ‘국내 희귀만화모음’을 CD롬 2장으로 발간했다. 50∼60년대의 희귀만화 34본이 실려 있다. 국내초창기 SF만화인 김산호의 ‘라이파이’, 김종래의 ‘황금가면’ 등 한국 만화사의 귀중한 자료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50년대 만화는 단 2권밖에 없다. 여기에는 그동안 만화를 천시한 정부 정책 탓이 크다.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5월이면 수천권의 만화책이 ‘청소년 유해도서’라며 불태워졌고 만화가들은 단속을 피해 숨어지내야 했다.

지난해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우리나라에도 만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만화는 영상문화 컨텐츠산업의 총아로 떠올랐다.

70년대 국산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 리메이크계획이 발표되는 등 우리의 만화의 전통찾기 운동도 활발하다.

덕분에 희귀 만화본은 골동품처럼 거래되기도 한다. 김산호의 ‘라이파이’1권은 300만원 가량이고, 김용환의 삽화그림는 1000만원을 호가한다. 고우영의 초기 순정만화 ‘눈물꽃’도 애호가들이 눈독을 들이는 수장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후 일본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철완 아톰’등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들이 그의 기념관에 보관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장 흔해보이고, 대중적인 것은 오히려 잊혀지기 쉽다. 그러나 휴지통에 무심코 버리는 ‘광고 전단지’ 한장이 100년 뒤에는 우리 시대를 더욱 잘 알게 해주는 유물이 될지도 모른다.

전승훈<문화부>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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