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뒷얘기]유물 보존처리 완벽하면 되레「흠」

  • 입력 1999년 7월 20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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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보존처리를 마친 조선후기 ‘팔도고지도’. 종이를 갉아먹는 세균을 죽이고 구멍이 났거나 떨어져 나간 부분을 원래의 종이와 흡사한 종이로 짜깁기해 넣었다. 그런데 잘 보면 짜깁기한 부분이 표가 난다. 원종이와 똑같은 색깔이 아니라 약간 밝은색의 종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보존처리 기술이 부족해서일까?

중앙박물관 안병찬연구원. “감쪽같이 처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보존처리하고 수리했다는 흔적을 남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물이 훼손됐었다는 사실을 후대에 전해주는 것이죠. 처음과 완전히 똑같게 해버리면 일종의 가짜가 아닐까요.”

문화재 보존처리에는 이처럼 지켜야할 선이 있다. 보존수리하되 최소로 할 것, 그리고 그 흔적을 남길 것 등.

보존처리는 오랜 시간을 요한다. 3,4년은 보통. 고려시대의 먹을 보존처리하면서 갈라지지 않도록 습기를 줄이는 데만 1년이 걸렸다.

우선 종이유물의 보존처리.독가스로 곰팡이 벌레를 제거한다. 그리고 배접지(褙接紙)을 떼내 원종이에 나있는 구멍을 메운다. 배접지는 그림이나 글씨가 쓰여진 원종이를 튼튼히 하기 위해 뒷면에 덧붙이는 한 두장의 종이. 물 속에 집어 넣어 배접지를 원종이와 분리시켜 떼낸다. 원종이에 사용된 먹이나 전통 안료는 물에 의해 번지거나 지워지지 않는다. 배접지가 떨어지면 원종이와 흡사한 지질의 종이를 이용해 구멍 등의 훼손부분을 메운다. 그리고 다시 배접한다.

다음은 금속유물. 지하와 지상의 온도·습도 차이로 인해 발굴 순간부터 훼손되기 때문에 현장처리를 먼저 한다. 밀폐용기에 넣어 습기와 산소를 차단하고 적절한 온도·습도를 유지하면서 녹을 제거한다. 떨어져나간 부분은 접착하고 외부 공기와의 차단을 위해 유물 표면을 코팅한다.

그러나 녹을 닦아내는게 최고는 아니다.고려시대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국보92호)을 보자. 표면 가득 끼어있는 푸른 녹. 그 녹은 지저분하지 않다. 오히려 고풍스러운 격조를 더해준다. 다름아닌 세월의 흔적, 그 흔적의 아름다움. 문화재가 아니고선 접하기 힘든 매력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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