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저녁상]『아빠 힘들다고 옷 안사는 딸』

  • 입력 1998년 12월 16일 19시 08분


“우리 옷 사러 갈까?”

주부 이명연씨(40·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제안에 딸 가진(13·중1)은 별로 신나지 않은 표정. 백화점에서도 이리 빼고 저리 빼고.

“이 스웨터 참 예쁘다. 모자가 달렸네.” “스웨터는 집에도 있잖아.” “이건 어때?” “마음에 안 들어.” “이건?” “그것도.” “이거 괜찮다.” “별로….” 슬슬 짜증나기 시작한 이씨. “왜 이렇게 까다롭니? 백화점에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뭐가 마음에 들어?”

3시간만에 빈손으로 백화점을 나선 모녀. 버스 안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 반대편 창밖만 바라보며 한숨만 푹푹.

“엄마.” 집에서 총각김치에 칼질하다 말고 뒤를 돌아 본 이씨. 딸의 말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는데…. “사실 사고 싶은 옷이 너무 너무 많았어. 하지만 아빠(김성수·42·사업)가 요즘 힘드신데, 몇 만원씩 하는 옷을 덥석 살 용기가 안 났어요.”

‘벌써 어른이 된 거니?’〓청국장/돼지고기볶음/상추/고추/총각김치/김/4천8백원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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