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 산책]日출판계 『책 안팔린다』한숨

  • 입력 1998년 11월 25일 19시 22분


불황을 모르던 일본 출판업계에 우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1백1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형 출판사인 중앙공론사가 최근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요미우리신문에 넘어갔다. 정치 경제 문학분야의 권위있는 시사월간지인 중앙공론을 비롯, 부인공론과 마리 클레르 등 잡지와 단행본을 출판하던 이 출판사의 몰락은 일본 출판업계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에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2차대전후 최대의 베스트셀러’로 불리는 ‘일본 회화(會話)수첩’을 출간했던 성문당도 지난달 다른 회사에 팔렸다. 이밖에 중소 출판사가 문을 닫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같은 현상은 현재 일본 출판업계가 직면한 불황의 심각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지난해 단행본 및 잡지 판매부수는 전후(戰後)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인문교양서적은 5천권정도 팔리면 성공이다. 에세이집은 1만부가 팔리면 편집자가 기뻐하며 10만부 이상이면 기적으로 평가된다. 올들어서도 판매가 늘지않아 2년연속 마이너스는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되자 “불황일수록 출판계는 유리하다”는 일본의 ‘신화’도 깨졌다. 자격증을 겨냥해 학생과 일부 성인들이 공부를 하지만 구조조정의 칼날앞에 서 있는 대부분의 회사원은 서점에 갈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불황 탈출을 위해 출판가에선 살아남기 위한 제휴 움직임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가쿠가와서점은 올 4월부터 ‘주부의 벗’과 판매 및 광고부문에서 협력을 시작했다. 백과사전을 발간하는 평범사는 히타치제작소와 컴퓨터제작을 위한 합작회사를 세웠다.

이같은 움직임이 출판업계를 활성화시킬수 있을까. 불행히도 답은 비관적이다. 경기가 기지개를 펴도 ‘책보다 짜릿한 재미’를 추구하는 풍조의 확산으로 책이 팔리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독자가 줄어드는데도 출판물은 줄지 않는 점도 고민이다. ‘만루 홈런’을 겨냥해 하루평균 2백∼3백권의 신간서적이 쏟아지는 ‘출판 홍수’ 속에서 나오자마자 휴지조각이 되는 책이 부지기수다.

출판전문가들은 “책이나 잡지가 대량으로 팔리던 시대는 끝났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군살빼기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출판업계에도 ‘먼산의 불’만은 아닌 것같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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