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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칼럼]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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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칼럼]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라

입력 1998-10-18 19:56수정 2009-09-2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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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내린 가을비로 낙엽이 지고 있다. 서리바람이 불어오지 않더라도 제 때가 되면 나뭇잎들은 미련없이 가지를 떠나 낙엽으로 내려온다. 가지끝에 매달려 앙탈을 부리지 않고 계절의 질서를 순순히 받아들인다. 그래야 그 빈 자리에 새봄의 움이 마련된다.

다들 행복해지고 싶어 하면서도 행복할 수 없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과거’라는 짐을 부려놓지 못한 까닭도 있다. 과거란 무엇인가. 그것은 수많은 기억과 생활습관의 창고다. 이 기억과 습관의 창고로부터 놓여나지 않는 한 새로운 상황 앞에 꿋꿋하게 마주설 수 없다.

▼ 과거의 짐부터 벗어야 ▼

모처럼 한칼로 두 토막을 낸 용단으로 입산 출가한 초심자들이 수행의 길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도중하차하는 것도 그 기억과 습관의 창고를 그대로 떠메고 있기 때문이다. 제한된 공간에 갇혀서 사는 감옥살이의 고통도, 새로운 상황에 처한 자신의 현존재를 받아들이지 않고 바깥세상에서 살 때 축적된 그 기억의 짐 때문이다.

오늘과 같은 국가적인 위기 앞에서 우리가 중심을 잃고 크게 흔들리는 것도, 현재의 상황에서 오는 두려움이나 고통보다도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 왔던 과거의 짐 때문에 괴로워하고 불안해 한다. 국민소득 6천달러 시대나 1만달러 시대나 인생에서 근원적으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다만 생활이 전에 비해 넉넉하지 못하고 무엇엔가 쫓기고 있을 뿐이다.

6천달러보다 더 낮았던 시절에도 우리는 활기차게 살았었다. 오히려 그때는 지금보다 인간적으로 덜 타락할 수 있었다. 돈 몇푼 때문에 사람의 목숨을 마구잡이로 살해하지 않았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와 염치를 몸에 지녔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총체적인 시련을 고통으로만 여기지 말고, 무슨 뜻으로 우리 앞에 이런 시련이 닥친 것인지 고난의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참고 견디기 어려운 일도 그 의미를 알면 능히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생긴다. 이 세상에서 의미없이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 의미있는 삶 생각할때 ▼

우선 과거의 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어떤 기업의 간부였다거나 전직 무슨 장이었다거나 몇십평짜리 집에서 여유있게 살았다고 하는 그런 관념의 늪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인생은 이미 되어버린 결과가 아니라 순간순간 되어가는 과정이다. 새로운 상황은 새로운 체험과 삶으로 우리를 새롭게 일으켜 세운다. 그동안 허겁지겁 살아온 ‘생활’에서 이제는 ‘인생’을 생각해야 할 때다. 삶의 질이란 생활수준의 향상보다도 의미있는 인생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사람이 살만큼 살다 보면 생활은 결국 껍데기로 처지고 남는 것은 인생의 열매다.

과거나 미래에 살지 말고 현재에 살라고 인류의 스승들은 하나같이 말씀하신다. ‘일야현자경(一夜賢者經)’은 이와같이 말한다.

“과거를 따라가지 말고

미래를 기대하지 말라.

한번 지나가버린 것은 이미 버려진 것,

또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현재 당면한 일들을

자신의 처지에서 잘 살피어

흔들림 없이 배우고 익히라.

오늘 할 일을 부지런히 행하라.

누가 내일에 죽음이 닥칠지 알 것인가.”

지나가버린 것을 슬퍼하지 않고, 오지 않은 것을 동경하지 않으며, 현재를 충실히 살고 있는 사람은 늘 생기에 넘친다. 그러나 오지도 않은 것을 탐내어 구하고 지나간 과거사에 연연한 사람은 꺾인 갈대처럼 시든다고 같은 경전은 서술하고 있다.

▼ 현재를 충실히 산다면 ▼

그때 그때의 현실에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라는 교훈이다. 그때란 바로 지금이지 딴 시절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상황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인생은 나날이 새로워질 수 있다.

중국 은나라의 탕왕은 자신의 욕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새겨두고 목욕을 할 때마다 그 뜻을 음미했다고 한다.

“날마다 그대 자신을 새롭게 하라.

날이면 날마다 새롭게 하고

영원히 새롭게 하라.”

法頂(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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