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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화사한 선율에 끝없는 그리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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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화사한 선율에 끝없는 그리움이…

임희윤 기자 입력 2019-05-29 03:00수정 2019-05-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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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밴드 ‘더 큐어’의 싱글 ‘Pictures of You’ 표지. 보컬 로버트 스미스가 화재 뒤 지갑에서 찾은 아내 사진이다.
2019년 5월 28일 화요일 맑음. 화사한 추락.
#316 The Cure ‘Pictures of You’(1989년)

바야흐로 대홍수의 시대다.

수천, 수만, 수억, 수조 개의 사진이 매일매일 생겨나고 피어나 온 세상을 뒤덮어 버리는, 이미지의 쓰나미 말이다.

‘찢어진 사진 한 장 남질 않았네’(김성호 ‘김성호의 회상’)나 ‘아직 내 지갑 속에 있어/어떤 것도 증명하지 않는 사진이’(가을방학 ‘3×4’) 같은 넋두리가 덧없다. 인스타그램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만 열면 언제든 그이의 근황을 선명한 사진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로 3cm, 세로 4cm의 증명사진이나 반명함판, 여권사진을 꼬깃꼬깃 간직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슬프고 사적인 어떤 이유를 가졌으리라.

영국 밴드 ‘더 큐어’의 1989년 명반 ‘Disintegration’(붕괴)은 제목과 달리 아침처럼 찬란하게 시작한다. 첫 곡 ‘Plainsong’. 켜켜이 겹쳐 울리는 풍경(風磬)과 신시사이저는 작고 예쁜 별들이 우수수 부서져 내리는 듯한 소리를 낸다. 너무도 화사해 처연할 지경이다. 첫 가사는 ‘어둡고 비가 내리는 것 같아’. ‘치료제’라는 팀명과 달리 불치의 열병 같은 음울함을 끝없이 노래한 이들다운 화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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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게 폭발해 곧 어둠으로 질주하는 이미지. 이것은 둘째 곡 ‘Pictures of You’에도 이어진다. 보컬 로버트 스미스는 마침내 진짜로 무언가가 무너져 내렸던 이야기를 시작한다. 앨범 녹음을 앞두고 스미스의 집에 불이 났다. 잔해 속에서 찾아낸 아내의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만들어낸 곡이 ‘Pictures of You’다.

‘빗속에 조용히 서있던 너를 기억해… 당신이 두려워할 때 늘 내가 어떻게 안아줬는지를.’

스미스 특유의 흐느낌 섞인 목소리는 온통 ‘당신’을 향해 있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멤버들은 폭설이 내린 벌판에 서서 연주하고 노래한다. 배경으로는 눈밭과 야자수가 이상한 대비를 이루고, 카메라는 때로 초점을 잃고 불안하게 흔들린다.

‘세상에 아무것도 없었지/내가 이보다 더 간절히 원했던 것/내 마음속 깊이 너를 느끼는 것.’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더 큐어#로버트 스미스#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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