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재서]“올해 수능 전반적으로 평이… 국어 쉬웠지만 현대시 까다로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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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국어 점수 올리려면 어려운 모의고사 풀기보다
질 좋은 문제 여러번 풀고 실전 감각 익히는 게 중요”

올해 수능 국어영역은 쉬웠다는 평이 많다. 그러나 올해가 쉬운 것이 아니라 작년이 지나치게 어려웠다. 올해는 적정 수준의 난도를 유지한 편이다. 물론 화법과 작문의 난도는 작년에 비해 확실히 낮아졌다. 생소한 유형도 나왔지만 기출 문제 공부를 통해 풀이의 기본을 숙지한 학생이라면 어렵지 않게 풀 만한 문항이었다. 문법은 작년만큼 까다로웠다. 특히 동사와 형용사의 관형사형 어미가 시제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묻는 14번 문항이 변별력을 가진 킬러 문항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단어의 품사를 구별할 줄 아는지 묻는 문제였다. 문법 파트는 기초가 튼튼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준 셈이다.

문학은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고전 시가-수필 복합과 고전 소설에서 어려운 작품이 나왔지만, 수필을 빼면 EBS 연계 작품이라 생소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제시 작품의 난도에 비해 정답 선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래서 작품을 침착하게 읽고 선지들을 하나씩 검토하다 보면 정답 선지가 튀어 오르는 느낌을 받을 만했다. 현대 소설도 대동소이했다.

다만 현대시가 살짝 까다로운 편이었다. 흔히 현대시는 수능 형태의 문항으로 출제하기가 제일 버겁다고 한다. 현대시의 모호성 때문이다. 그런데 기출 선지들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알겠지만, 의미 해석이 모호한 구절을 억지로 해석하는 대신 모호한 그대로 받아들여 선지들을 만든다. 그래서 현대시를 공부할 때에는 모호함을 모호함 그대로 인정하면서 시를 읽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명료하게 해석되지 않는 부분까지 억지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 ‘보기’에서 일정한 해석 틀을 제시해 주는 경우도 다르지 않다. 해석이 가능한 만큼 해석하여 ‘보기’ 정보로 제시하고 딱 그 정도만 확인할 수 있도록 선지를 만든다. 이 점은 문학의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이므로, 이 사실을 잊으면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하다 시험을 망칠 수 있다.

독서는 인문, 생물, 경제에서 출제됐다. 지문들은 대체로 무난했지만 까다로운 문항들이 있었다. 특히 경제의 ‘보기’ 문항은 정답률이 20%대에 불과할 정도의 킬러 문항이었다. 물론 작년처럼 인구에 회자될 만큼 과도하게 어렵지는 않았다. 여러 개념들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정답을 고를 수 있는 매우 까다로운 문항이었지만, 평가원에서 단골로 나오는 스타일이다. 생물이나 인문의 경우도 몇몇 문항들이 꽤 까다롭고 그만큼 정답률도 낮았지만, 작년과 달리 예년의 평가원의 출제 기조에서 크게 벗어난 문항은 없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어려울 만큼 어려웠다. 독서는 원래 이 정도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파트다.

학생들이 종종 묻는다. 어떻게 하면 국어 점수를 올릴 수 있느냐고. 기출 문제를 충실히 공부하고 평가원과 가장 유사한 모의고사를 풀어보는 것 외에 다른 왕도가 있는지 모르겠다. 작년보다는 쉬웠다지만, 올해가 마냥 쉬웠던 것은 아니다. 게다가 수능에서는 긴장감이 높아져 체감 난도가 올라간다. 그래서인지 많은 학생들이 어려운 모의고사를 찾는다. 그러나 이것은 평가원의 출제 원리에 대한 감을 잃어버리는 길이 될 수 있다. 문제가 어려울 때는 문제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어려운 경우도 있어서다. 차라리 올해 수능 정도의 난도를 가진 모의고사를, 시간제한을 두고 진짜 수능에서 푼다는 긴장감을 갖고 풀어 보는 것이 실력 향상에 더 좋을 수 있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무조건 많은 모의고사를 푸는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질 좋은 모의고사를 실제 수능을 보듯 풀어보는 것이야말로 실전 감각을 익히는 동시에 평가원의 출제 원리에 익숙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임재서 국어교육연구소장
#스마트 컨슈머#교육인증평가원#수능 국어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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