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 흔드는 ‘승부 조작’ 검은손… 외국은 어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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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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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 타령한 대만야구, 관중 5분의 1로 뚝

승부 조작의 검은손이 한국 스포츠를 흔들고 있다.

지난해 이미 홍역을 치른 프로축구와 최근 선수 4명이 영구 제명된 프로배구에 이어 프로야구와 프로농구도 승부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4대 프로 스포츠가 모두 승부 조작 논란에 휩싸인 셈이다. 야구와 농구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내용이 없지만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 조작설이 흘러나왔을 때 프로축구 구단 관계자, 감독, 선수 모두 “그런 일은 없다”고 강하게 부인한 점을 떠올리면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프로 스포츠의 특성상 승부 조작은 언젠가 겪을 수밖에 없는 ‘통과 의례’라는 게 프로 스포츠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중요한 건 향후 재발 방지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일찌감치 매를 맞았다. 1919년에 터진 ‘블랙삭스 스캔들’이 그것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그해 주축 선수 8명이 도박사와 모의해 월드시리즈에서 고의로 졌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사건은 법정에 섰다. 1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법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이들을 모두 영구 제명했다. 조직적인 승부 조작과는 거리가 있지만 1989년에는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4256개)을 갖고 있는 피트 로즈가 자신이 감독을 맡은 신시내티를 놓고 불법 도박을 한 사실이 드러나 영구 제명됐다. 메이저리그의 조치는 엄중했다.

반면 대만 프로야구는 연이은 승부 조작으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1997년을 시작으로 공식적으로 드러난 승부 조작 사건만 해도 네 차례나 된다. 국민이 내기를 좋아하고 대만 프로야구 선수들이 한국 미국 일본과 비교해 연봉이 적고 처우가 나쁘다는 점을 고려해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잦은 승부 조작과 관련해 많은 선수가 출전 금지, 제명, 구속 등 처벌을 받고 여러 팀이 해체됐는데도 대만프로야구연맹(CPBL)은 달라지지 않았다. 2009년 대만 검찰이 불법 도박과 관련해 선수 및 구단 관계자들을 소환하기로 한 뒤에도 “자체 조사에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선수들의 결백을 믿는다”며 한가한 소리를 했다. 결국 승부 조작은 다시 사실로 밝혀졌다. 1996년에 165만 명에 달했던 대만의 프로야구 관중은 승부 조작이 드러난 뒤 30만 명 선으로 급감했다. 2000년대 초반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관중이 잠시 늘긴 했지만 ‘국기(國技)’라고 불리던 야구의 위상은 이미 땅에 떨어진 뒤였다. 대만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가담 선수에 대한 단호한 처벌뿐 아니라 상설 기구 등을 만들어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5일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를 사칭해 일부 언론사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익명의 제보자에 대한 수사를 서울 수서경찰서에 요청했다. KBO는 “근거가 없는 의혹을 퍼뜨리는 행위에는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소속 선수 2명이 승부 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LG는 “백순길 단장이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를 찾아 거론된 선수와 심도 있게 면담한 결과 ‘경기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국내에 있는 또 다른 선수 역시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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