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카페[횡설수설/김광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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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 공구상가 일대는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힙지로’라고 불린다. 개성 있고 유행에 앞서 간다는 의미의 ‘힙(hip)’과 ‘을지로’를 합친 말이다. 날씨가 추워졌는데도 해가 져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직장인들과 남녀 커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골목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호프와 노가리를 주문한다. 연령도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신기한 듯 셀카를 찍어대는 외국인 관광객도 적지 않다. 밤 12시가 가까운 시간까지 가득 메운 골목은 마치 독일의 맥주축제 옥토버 페스트 혹은 대만 야시장을 연상시킬 만큼 서울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가게 앞에까지 테이블을 내놓고 장사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식품위생법 등 현행법으로는 관광특구, 호텔 혹은 지방자치단체장 등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곳에서만 옥외 영업을 할 수 있다. 자기 땅이 아닌 인도에 영업용 테이블을 설치하면 통행을 방해해 민원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공유재산 무단 점유에 해당될 수 있다. 차도까지 나오면 도로교통법 위반 소지까지 있다. 을지로 일대의 길거리 테이블 영업은 흠을 잡겠다고 따지고 나서면 오늘 당장에라도 그만둬야 할지 모른다. 간혹 유명 레스토랑이나 호프집이 자신 소유의 건물 테라스나 출입구 밖에서 영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영업장소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 남산의 남쪽 경사면인 이태원과 경리단길에 있는 루프톱 카페들은 명소가 된 지 오래다. 비탈에 위치한 건물의 옥상은 탁 트인 경관을 제공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밤에 특히 인기가 좋다. 겨울에는 소형 텐트를 치고 안에 전기난로를 피우는데 오붓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건물 옥상은 식품접객업 영업면적 신고 범위에서 제외돼 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에 루프톱 카페 역시 불법 소지가 다분하다.

▷기획재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소음 등 민원 또는 위생상의 문제가 없다면 일단 노천카페나 루프톱 같은 옥외 영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경제 활력 대책의 일환이라고 한다. 잘 운영되면 헤밍웨이가 사랑했다는 프랑스의 노천카페처럼 그 지역의 명물이 될 수 있다. 푸드트럭도 반대 목소리가 있었지만 각종 축제장의 감초로 자리 잡았다. 청년 일자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물론 넘어야 할 난관도 하나둘이 아닐 것이다. 이미 루프톱 카페 주변 주민들로부터 밤늦게 켜놓은 야외 조명, 소음 등의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한다. 소방차 진입 방해 등 안전 문제도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운용의 묘를 잘 발휘해 지역 명소들을 키워 갔으면 좋겠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노천카페#힙지로#경리단길#루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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