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면 초주검!… 먹자골목 썰렁, 몰캉스-방콕쇼핑 물만났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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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마저 바꾼 ‘폭염의 경제학’

연일 북적이던 곳인데… 한산한 연남동 숲길공원 연이은 폭염 탓에 공원을 비롯한 야외에서 사람을 찾기 힘들어졌다. 24일 늦은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숲길공원의 모습. 평소 사람들로 붐비던 곳이 썰렁해졌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연일 북적이던 곳인데… 한산한 연남동 숲길공원 연이은 폭염 탓에 공원을 비롯한 야외에서 사람을 찾기 힘들어졌다. 24일 늦은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숲길공원의 모습. 평소 사람들로 붐비던 곳이 썰렁해졌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경기 김포시에 사는 주부 윤모 씨(62)는 이달 초부터 생수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다. 평소에는 산책도 할 겸 근처 마트에 가서 생수를 샀다. 하지만 연일 계속되는 폭염이 문제였다. 더위 때문에 생수를 사러 가야 되는 횟수가 늘었다. 거기에 무거운 생수를 들고 100m만 걸어도 온몸이 땀으로 젖는 것도 고역이었다. 온라인몰 주문에 익숙해지자 휴지 같은 다른 생활필수품도 인터넷으로 구입하기 시작했다. 윤 씨는 “더위가 가실 때까지는 당분간 온라인몰에서 생필품을 살 계획”이라고 했다.

온라인몰 티몬에 따르면 이달 13∼19일 즉석·신선식품과 생필품을 파는 ‘슈퍼마트’의 매출이 지난달 같은 기간과 견줘 48% 늘었다. 티몬 관계자는 “13∼19일 서울의 평균 온도가 지난달 같은 시기보다 4.8도 올랐으니 1도 오를 때 매출이 10%가량 오른 셈”이라고 분석했다.

○ 썰렁한 야외, 북적이는 실내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7도를 넘는 등 전국적으로 폭염이 계속되자 소비자들의 경제활동도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희비도 엇갈린다.

먹자골목이나 공원처럼 더위에 노출되는 곳은 발길이 뜸해졌다. 22일 오후 7시경 본보 취재진이 찾은 서울 마포구 상수역 일대 먹자골목엔 평소와 달리 인적이 드물었다. 가게 안도 한산했다. 이 일대는 술집이 밀집해 20, 30대가 즐겨 찾는 곳이다. 인근 주민 김현주 씨(30)는 “이 동네에 사람이 이렇게 없는 건 처음 본다”고 했다.

지난달 18∼24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을 찾은 방문객은 25만9000명에 달했지만 이달 16∼22일엔 19만1000명으로 14% 줄었다.

반면 복합쇼핑몰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회사원 추문경 씨(28·여·서울)는 이번 여름휴가엔 해외여행을 포기했다. 그 대신 그 비용으로 주말마다 냉방이 잘돼 있는 복합쇼핑몰에서 ‘몰캉스’(쇼핑몰 바캉스)를 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엔 지난 주말(21, 22일) 하루 평균 20만7000명이 몰렸다. 올 1∼6월에 비해 4만 명 이상 많은 수다.

요리 과정에서 나는 열기를 피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롯데마트의 이달 1∼22일 가정간편식(HMR)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늘었다. 여름상품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롯데하이마트의 이달 16∼22일 에어컨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0% 늘었다. 아이스크림, 얼음 등의 매출도 증가했다.

○ 배춧값 82% 급등

폭염으로 인해 일부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밥상 물가가 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더위에 약한 배추 한 포기의 값은 지난달 말 1561원이었지만 이달 23일엔 2844원으로 82.2% 올랐다. 농수산물 시장에선 배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선풍기 바람을 쏘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도 50% 넘게 뛰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폭염 장기화로 농축산물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이 급등한 배추, 무 등은 비축 물량을 풀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위에 우유를 만드는 원유(原乳) 생산량도 줄고 있다. 젖소들이 더위에 스트레스를 받은 탓이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지난해와 견줘 지난 주초를 기점으로 원유 생산량이 유의미하게 줄었다. 폭염이 장기화하면 생산량이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손가인 기자
#폭염#무더위#먹자골목 썰렁#배춧값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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