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4km 뚫었는데…지열발전 시추공 메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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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25일 0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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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무조건 덮기보다 지진탐지 모니터링으로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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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가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곧바로 “해당부지 원상복구”를 밝혔지만 학계는 이 시설을 지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건설된 지열발전소는 현재 지하 4.2km와 4.3km까지 수직으로 뚫어놓은 상태다. 이 시추공(지열정)은 ‘PX-1’와 ‘PX-2’로 명명돼 있다. 민간기업 넥스지오 주관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서울대학교·포스코·이노지오테크놀로지·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이 참여한 지열발전 연구팀은 지난 2010년부터 뚫은 이 시추공에 지난 2016년부터 ‘인공저류 지열발전 방식’(EGS)을 구현하기 위해 강한 수압으로 물을 주입했다.

EGS는 수압으로 암반을 깨뜨려 물을 주입할 틈을 만든 후 지열을 통해 데워진 물을 올려 전력을 만드는 지열발전 방식이다. 정부조사연구단은 이 과정에서 미소지진이 유발됐고, 결국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을 촉발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지난 20일 정부연구단의 발표직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열발전사업은 영구중단시키고 해당 부지는 전문가와 협의를 거쳐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식으로 조속히 원상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상복구’의 의미는 뚫려있는 4km 시추공으로 주입된 물을 회수하고 구멍은 흙으로 덮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학계는 수년 넘게 애써 뚫은 시추공을 메워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시추공(PX-2)은 단층면과 가장 가깝다. 이는 단층면을 가장 잘 관측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뜻이다. 정부조사단 결과에 따르면 ‘PX-2’ 시추공의 지하 3.89km 지점에 포항지진을 유발한 단층이 확인됐다. 이 단층은 앞으로 또 지진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지열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채 서있다. © News1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지열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채 서있다. © News1
정부조사단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조사단은 “지열발전소의 두 지열공 사이의 비정상적인 수리경사는 앞으로 수리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을 대비한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하수위가 차이가 나면 수위를 맞추는 ‘정상상태’(steady-state)가 되기 위해 암석이나 지반 간극을 통해 천천히 지하수가 이동할 수 있다. 그러다보면 또다른 응력이 발생할 수 있고 단층면 등에 직접적인 응력이 가해져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모니터링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한 지질학자는 “지질발전소의 시추공은 우리나라 최초로 4km까지 뚫은 것이므로 학술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면서 “무조건 덮어버리는 것보다 좀 더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활용방안으로 지진관측소 등이 거론된다. 지열발전소 시추공은 깊이가 4km에 달하므로 현재 지진관측소의 깊이 100~200m보다 훨씬 정밀한 지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 지진관측계(센서)의 심도가 깊으면 깊을수록 본진 전에 일어나는 ‘전진’을 미리 감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다른 지질학자는 “깊은 곳에서 지진을 감지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포항은 물론 동남권을 넘어서 우리나라 지진 예측기술이나 모니터링 기술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전을 위해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포항범시민대책기구’는 “흉물로 방치된 지열발전소를 즉시 완전폐쇄하고 원상복구해야 한다”면서 “피해지역에 추진하는 재건 수준의 특별도시재생사업을 범정부 차원에서 직접 해야 한다”주장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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