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억대 뇌물 더 나왔지만…“대가성 입증할 ‘입’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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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13일 1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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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7000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5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법원을 나서고 있다.  News1
1억 7000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5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법원을 나서고 있다. News1


13일 첫 정식재판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저축은행 고위관계자에게 억대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최근 새롭게 포착됐으나 추가기소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뇌물 공여자인 A저축은행 회장 김모씨가 이미 사망한 데다 수뢰자인 김 전 차관 역시 소환조사를 계속 거부하고 있어 대가성을 진술할 ‘입’이 없기 때문이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이 김씨로부터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까지 차명계좌로 1억원대 중반을 송금받은 정황을 확인했다. 해당 계좌는 김 전 차관의 부인의 이모씨 명의로 조사됐다.

특히 수사단은 이 기간동안 김씨가 김 전 차관이 검사장으로 근무한 검찰청에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김씨가 수사무마 대가로 긴 전 차관에게 돈을 건넸다면 검찰 공무원인 김 전 차관이 자신의 직무에 관해 돈을 받아 뇌물죄가 성립한다.

문제는 김씨가 고양종합터미널 건설사업과 관련 6900억여원을 부당대출해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다가 2012년 1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통상 망자(亡者)의 뇌물공여는 공여자의 진술이 없어 기소하기가 쉽지 않다.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재판에서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이나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 등으로 진술할 수 없을 때 조서나 그밖의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으나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과거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2015년 4월 자원개발 비리 혐의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성 전 회장이 정치권 인사 8명의 이름과 오고 간 금품 액수로 추정되는 숫자가 적힌 쪽지를 남긴 채 목숨을 끊으면서 불거졌다. 홍 전 대표와 이 전 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각각 불법정치자금 1억원과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재판부는 홍 전 대표에 대해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전 총리에 대해서도 “성 전 회장의 인터뷰 진술과 메모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음이 증명된 때만 증거로 할 수 있다”며 “성 전 회장의 진술 중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된 부분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고 봤다.

여환섭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장이 지난 6월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 대회의실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사법연수원 14기)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News1
여환섭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장이 지난 6월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 대회의실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사법연수원 14기)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News1

지난 5월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전 차관이 일관되게 소환조사를 거부하고있다는 점도 난관이다.

김 전 차관이 추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변명할 입장을 포기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는 게 아니라면 피의자의 검찰 조사는 필요한 부분이다.

수사단은 일단 김씨가 김 전 차관에게 돈을 건넨 사실 자체는 이미 계좌 거래내역을 확보해 공여자나 수뢰자의 진술 없이도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 돈이 오간 ‘명목’의 경우 두 사람 간 관계나 과거 형사처벌 전력으로 추정 가능한 부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통상 공여자가 생존해 있다 하더라도 뇌물 대가성을 명확히 진술하는 경우는 드물다. 김 전 차관에게 31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액수 불상의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건설업자 윤중천씨도 대가성을 부정하고 있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이 수감돼 있더라도 강제인치할 방법이 없는만큼 조만간 김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이달 안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추가기소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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