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국공립유치원 민간 위탁 추진…교육계 “즉각폐기” 반발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31일 12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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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과 설치 대학에 위탁하는 법 발의
임용고시 안 거쳐도 국공립 취업 가능해져
교총·전교조·교사노조 "폐기해야" 한목소리

정부·여당이 국가·지자체가 운영해온 국·공립유치원을 유아교육과가 있는 대학에 위탁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법안을 내놓자 교육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을 비롯한 12명의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유아교육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15일 발의했다.

법안은 유치원 구분에 국공립유치원을 위탁 경영할 수 있다는 근거를 두고, 교육감이 그 기준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위탁 자격을 ▲사립학교법인 ▲국립학교 ▲공익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자로 명시했다.

박 의원은 발의 이유에 대해 “현행법은 국공립유치원의 경영 주체를 국가 또는 지자체로 한정하고 있어서 개별 유치원의 특성화가 어려우며, 돌봄 시간 확대, 통학버스 운영 등 유치원 학부모의 수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즉각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가와 지자체가 운영해 공공성을 유지한 국공립유치원을 민간에 위탁하는 것은 국민 요구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상 국공립유치원 교사가 되려면 국가가 출제하는 임용고시를 통과해야 하지만, 위탁을 맡길 경우에는 사립유치원 교사와 동등한 자격만 있으면 명목상 국공립유치원 교사가 될 수 있게 된다. 당정은 최근 사립유치원 폐원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해고된 사립유치원 교사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31일 “유아교육의 공공성·전문성을 무시하고, 국가 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바람을 외면하는 데다, 학교로서의 유치원 체제를 부정하는 법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나아가 “교육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회피하게 만들고 임용고시를 통해 국가공무원이 된 교사의 신분과 전문성을 훼손하는 법 개정안은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몇 해 전 미술학원 위탁경영의 실패와 일부 어린이집의 불법적 사인(私人) 경영을 경험하고도 교육 공공성을 해칠 수 있는 개정안을 낸 것에 큰 우려를 표명하며, 강력히 반대한다”며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국공립유치원의 질적 개선을 도모한다는 명분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없다”면서 “국가가 국·공립 유치원을 행·재정적으로 지원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사노동조합연맹 소속 경기교사노동조합은 지난 30일 성명을 내고 “국공립유치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가 증가한 이유는 공공성·투명성·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가 충족됐기 때문”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유치원의 투명한 운영 등 국가 책임에 무게를 둬야 할 작금의 현실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한 현재 사인에게 위탁 경영하고 있는 일부 국공립어린이집 사례를 들어 “부당노동행위와 부당수납, 부실급식 등 각종 불법적 행위로 무늬만 국공립어린이집인 경우가 다수 적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박찬대 의원실 측은 “기존 국공립유치원을 전환하거나 개인에게 무분별하게 위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아교육과가 설치된 대학교가 유치원을 위탁운영하는 방안으로 교육부·시도교육청과 협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국공립유치원을 유아교육과가 설치된 대학에 운영을 위탁 추진한다는 내용은 지난해 발표한 유아교육 혁신방안에도 담긴 사항”이라며 “공공성이 보장된 대학·전문대학에 한정적으로 위탁하는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현장의 오해가 있어 토론회 등 추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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